해를 半만 품은 달

  • 동아일보

사극 창작뮤지컬 ‘해를 품은 달’ ★★★☆

연우(전미도)와 이훤(김다현)이 혼례를 약속하는 장면. 색색의 천이 달린 부채와 샛노란 등불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전통 소품들이 한국적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한다.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연우(전미도)와 이훤(김다현)이 혼례를 약속하는 장면. 색색의 천이 달린 부채와 샛노란 등불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전통 소품들이 한국적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한다.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사극 창작뮤지컬이 처음부터 완벽하기가 어디 쉬운 줄 아느냐.’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을 극중 주인공 이훤의 대사를 원용해 평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아쉬운 그런 감질 나는 공연이었다.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원작 소설과 42%의 시청률을 기록한 동명의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1년이 넘는 제작기간과 26억 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그만큼 기대도 커서 서울 대구 부산 공연에 이어 올 12월에는 일본 도쿄 공연까지 예정돼 있다.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김다현)과 그의 배다른 형 양명(조강현), 그리고 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사대부집 여인 연우(안시하)의 사랑을 다룬다.

20부작 드라마를 2시간 반으로 압축하다 보니 극의 호흡이 너무 불규칙하다. 1부는 왕세자 이훤과 서출의 설움을 안고 사는 양명, 무병에 걸려 죽는 연우의 엇갈린 사랑과 죽음을 다룬다. 2부는 8년 뒤 무녀로 부활한 연우와 이훤의 재회로 시작해 양명의 죽음과 함께 급히 마무리된다. 1부는 호흡이 처지고 다소 지루한 반면 2부는 급박하게 전개된다.

공연에 맞게 등장인물을 변형하고 에피소드를 압축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아쉬웠다. 지존이 된 이훤이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한 연우를 만나고 충격에 빠지는 장면에서 시작해 플래시백으로 둘의 엇갈린 사랑을 교직해 보여주는 식으로 극적 감동을 극대화하는 세공(細工)이 좀더 필요해 보인다.

노래에서는 관객의 호불호가 갈린다. 공연에 삽입된 곡은 총 33개(원미솔 작곡·박인선 작사). 창작뮤지컬 치곤 곡 수도 많을뿐더러 팝 솔 플라멩코 보사노바 랩을 비롯해 장르도 다양하다. 여러 장르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음악적 통일성이 떨어져 산만하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K팝 뮤지컬’이라 그런지 장르가 다른 뮤직비디오를 여러 편 엮어 놓은 느낌이다. 국악적 요소가 부족한 점도 아쉽다.

관객의 감탄을 자아내는 부분은 무대세트(오필영)와 조명(구윤영)이다. 4억 원을 투자해 한지와 조각보로 만든 무대세트는 총 60여 번 바뀐다. 무대 위 겹겹이 설치돼 상하로 움직이는 조각보, 그리고 좌우로 움직이며 공간을 나누는 조각보가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해낸다.

한옥의 단청빛깔을 살린 조명과 동양화폭 같은 영상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훤과 연우가 궁궐 안에서 벌이는 ‘몰래 데이트’ 장면에선 알록달록한 조각보 위에 별빛이 쏟아져 객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부채와 탈을 비롯한 소품으로 한국적 미를 잘 살렸다. 탈춤 붓글씨 시조 같은 전통문화를 극 곳곳에 풀어내 외국 뮤지컬과 차별화한 점도 높이 살 만하다.

: : i : :

23일까지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다음 달 6∼3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본 공연을 펼친다. 이훤 역으로 전동석, 양명 역으로 성두섭, 연우 역으로 전미도가 번갈아 출연한다. 정태영 연출. 6만∼10만 원. 1588-5212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해를 품은 달#사극 창작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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