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신이 빚은 모래언덕-천문대 파크서 여름날 추억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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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돗토리현 여행의 매력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여행. 하지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각종 풍물이 가득한 곳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저 쉬고 싶은 여행, 마치 동네 어느 변두리에 온 듯한 호젓함을 느끼고 싶다면 일본 돗토리(鳥取) 시에 가보자.

돗토리 시는 우리나라 동해와 마주한 돗토리 현에 속한 도시로 인천공항에서 돗토리 현 요나고(米子) 공항까지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돗토리 시의 대표적인 명물은 남북 2.4km, 동서 16km에 걸쳐 뻗어 있는 사구(砂丘·모래가 쌓여 형성된 언덕). 일본 3대 사구 중 하나인 장대한 모래언덕은 흡사 중동의 어느 사막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사구는 인근 주고쿠(中國) 산지의 화강암이 풍화해 강으로 흘러내려온 뒤 해안가에 쌓인 것이다. 가장 높은 언덕은 90m에 이르며 195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연간 180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명물이다. 낙타 타기, 샌드보드,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더 등도 즐길 수 있다.

사구 인근에는 사구의 모래만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모래 미술관’이 있다. 현재 내년 1월까지 모래로 만든 동남아시아의 각종 궁궐과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동남아시아편’이 전시되고 있다(입장료는 어른 600엔, 초중고교생은 300엔).

캠핑과 천체 관광을 겸하고 싶다면 ‘단포리장’을 찾는 것도 좋다. 단포리장은 일종의 캠핑 관광지인데 손으로 물고기 잡기, 계곡 산책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캠핑장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식사가 일품. 잡은 물고기 구이와 함께 멧돼지 고기, 애벌레 샐러드 등 다른 일본 여행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특색 있는 요리가 푸짐하게 나온다. 애벌레 샐러드는 약간 큰 번데기를 연상하면 된다. 단포리장 바로 옆에는 천문대인 ‘돗토리 시 사지 아스트로파크’가 있다. 이곳의 특징은 일반 숙박동에도 천체망원경이 설치돼 있다는 점. 예약만 하면 밤새도록 별을 보며 흡사 대학시절 수련모임(MT)을 온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돗토리 지역은 일본에서도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 중의 하나다.

일본 하면 역시 온천과 료칸(旅館)을 빼놓을 수 없다. 돗토리 시내에 위치한 ‘간수이테이 고제니야’는 180년 전통을 자랑하며 원천수를 다시 끓이거나 다른 물을 추가하지 않고 한번 쓰고 버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가격은 1박 2식에 1만650엔부터.

돗토리 시에 간다면 한번쯤 ‘유린소’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약 90년 전에 세워진 근대 일본식 건축물이 주는 아름다움과 정갈한 식단이 일품이다. 특히 정원은 인근 산을 배경으로 봄에는 매화와 영산홍,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에는 단풍, 겨울 설경 등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점심은 1인당 3000엔부터, 저녁은 1만1550엔부터.

돗토리 관광에서 불편한 점은 교통편. 시골지역이다 보니 관광지마다 연계 버스가 적고 지하철도 없다. 이 때문에 시에서는 ‘1000엔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데 1000엔으로 3시간 동안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일본 택시의 기본요금이 약 660엔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돗토리 역내 ‘국제관광객 서포트센터’에서만 표를 구입해 탈 수 있다.

돗토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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