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생활 20년, 천상병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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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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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조문호, 추모사진집 펴내

28일로 천상병 시인이 세상을 뜬 지 20주기를 맞는다. 시인은 모질었던 삶을 ‘소풍’이라 부르며 ‘아름다웠다’고 노래했다. 1982년 7월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자택에서. 조문호 사진작가 제공
28일로 천상병 시인이 세상을 뜬 지 20주기를 맞는다. 시인은 모질었던 삶을 ‘소풍’이라 부르며 ‘아름다웠다’고 노래했다. 1982년 7월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자택에서. 조문호 사진작가 제공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1930∼1993)의 시 ‘귀천(歸天)’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28일은 천 시인이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지 20년 되는 날. 시인이 생전 ‘문디 가시나’라고 살갑게 불렀던 부인 목순옥 씨가 세상을 뜬 지도, 이들이 운영하던 서울 인사동 찻집 ‘귀천’이 문을 닫은 지도 3년 가까이 돼 간다.

시인을 추억할 수 있는 반가운 책이 나왔다. 조문호 사진작가(66)가 생전 천 시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모아 펴낸 추모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눈빛). 조 작가의 사진에 고 김종구 사진작가의 사진, 그리고 천 시인의 앨범 속 사진을 곁들였다. 흑백 사진 속에서 때론 무표정하게, 때론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시인이 반가우면서도 가슴 아리다.

조 작가는 1980년 봄에 처음 천 시인을 만났고, 10여 년 동안 그를 앵글에 담았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회상한다. “쓰러질 듯 기우뚱거리며 주막을 찾아, 한 잔만 마시고 맡기기를 하루에 몇 차례씩 반복했으나 내게 술 한 잔 권한 적이 없는 깍쟁이셨다. 그러나 카메라만 들이대면 나의 마음을 헤아리듯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보여 나를 놀라게 했다.”

1949년 잡지 ‘갈매기’를 통해 등단한 천 시인은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6개월여간 옥고를 치렀고, 고문 후유증과 과도한 음주, 영양실조로 거리에서 쓰러져 행려병자로 분류돼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행방이 묘연해지자 그는 사망으로 추정됐고, 그의 첫 시집인 ‘새’는 유고시집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에 ‘기인’이란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시인은 월간조선 1990년 5월호에서 이렇게 밝혔다. “내 멋대로 버릇없이 살아온 탓으로 흔히들 나를 ‘기인, 기인’ 하는데 나는 도무지 내가 왜 기인인지조차 모른다. 다만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나는 가난하고 슬퍼도 행복하다. 그 나의 행복의 결과가 시로 태어났다”고 말한 천 시인. 그를 기리는 제10회 천상병예술제가 28일까지 경기 의정부시 일원에서 열린다. 27일 오전 11시 의정부시립공원묘지에서 20주기 천상노제 ‘봄 소풍’, 오후 7시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시가 흐르는 천상음악회’가 열린다. 28일까지 의정부 예술의전당 전시장과 로비에서 특별미술전과 책읽기 행사 등이 이어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조문호#추모사진집#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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