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슈만 - 리스트와 데이트 하실래요

윤홍천 피아노 연주-정준호 해설
예술의전당 ‘… 낭만시대’ 음악회

26일 서울 정동에서 만난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왼쪽)와 피아니스트 윤홍천. 이들은 “떠먹여주는 해설 음악회가 아니다. 자질구레한 전제는 다 생략하고 핵심으로 바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우리는 내년 초에 슈만과 리스트가 베토벤에게 진 빚을 주제로 해설 음악회를 가질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윤홍천(31)의 솔로 음반 ‘앙코르’(2012년)의 속지에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41·KBS1FM ‘FM실황음악’ 진행자)가 쓴 글이다. 바로 그 음악회 ‘윤홍천&정준호의 낭만시대’가 2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음악잡지 기자와 연주자로 2004년 6월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정준호는 윤홍천이 애늙은이 같았고, 윤홍천은 정준호가 너구리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12월 12일로 생일이 똑같은 애늙은이와 너구리는 이제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됐다.

정준호는 음반 속지에 이렇게도 적었다. ‘그저 우리는 마이스터(명장·名匠)가 되기 위한 길을 함께 걷고 있다. 목표에 언제 도달할지는 모르지만 여정은 무척 즐겁다. 간단치 않은 방해물도 있지만 그것을 이겨가는 과정에서 적잖이 배우고 용기를 얻는 중이다.’

이번 연주회는 누가 먼저 제안했다고 할 것도 없이 두 사람의 뜻이 자연스레 모인 결과다. 유행처럼 수많은 해설 콘서트가 생겨났지만 이들은 단편적인 정보를 늘어놓기보다는 통섭의 장이 되길 바랐다.

프로그램은 쉽지 않다. 베토벤의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리스트 편곡)를 시작으로 베토벤의 영향을 받고 음악적으로 교류했던 슈만의 ‘환상곡’과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가 이어진다.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의 핵심 악구가 슈만의 환상곡에 인용됐고, 슈만과 리스트는 작품을 서로 헌정했다. 윤홍천은 “피아니스트로서 한 연주회에 이 세 작품을 같이 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베토벤은 피아노만으로는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고 슈만과 리스트는 기교와 작품 이해 면에서 대곡으로 꼽힌다.

“홍천이는 이 곡을 다 치고 장렬하게 전사해야 해. 워낙 스케일이 크고 압도적인 곡이라…. 관객이 빠져들지 않으면 연주를 잘 못한 거지. 그렇지?”(정준호)

“준호 형이 작품의 광대한 배경을 잘 함축해서 설명하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거예요.”(윤홍천)

정준호는 “낭만주의의 정수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그 진가를 알긴 쉽지 않지만 관객이 언저리에는 가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설명했다. 그가 해설을 위해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의 저장용량은 111MB가 넘는다.

1816년 여름 유럽의 기상도가 펼쳐지고 그때 작곡된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를 둘러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한 해 전에 일어난 인도네시아 화산 폭발로 소빙하기가 도래하면서, 여름에 베토벤이 장갑을 끼고 손을 비비면서 악보를 썼다는 설명이 이어진다. 당시 로시니는 ‘세비야의 이발사’를, 슈베르트는 ‘슬픔의 성모’와 ‘만성절에 드리는 기도’를 작곡했다.

이번 연주회와 똑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한 캐나다 피아니스트 루이 로르티의 음반부터 독일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화가 카스파르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밑을 바라보는 방랑자’, 슈만이 작품을 쓸 때 인용한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슐레겔의 시까지 폭넓게 담았다. 윤홍천은 “해설이 연주자의 개인적인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기를 바랐다”고 했고, 정준호는 “듣기 편하고 졸리지 않게 프로그램을 짜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내 목적은 어려운 것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 4만5000원. 02-2658-3546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