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퍼플’ 보컬 터너와 한국 기타리스트가 만났을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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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린 터너, 김세황과 공동작업… 록 발라드 ‘포에버’ 4월 선봬
“48시간 만에 만든 잊지못할 음악”

22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의 호텔 라운지. 록 보컬 조 린 터너(왼쪽)와 기타리스트 김세황은 촬영을 위한 가짜 연주’에 지나치리만치 몰입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2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의 호텔 라운지. 록 보컬 조 린 터너(왼쪽)와 기타리스트 김세황은 촬영을 위한 가짜 연주’에 지나치리만치 몰입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조 린 터너(62).

1980, 90년대는 치렁치렁 긴 머리를 늘어뜨린 로커들이 초고음 보컬과 금속성의 속주 기타 음향을 뿜어내던 시절이었다. MTV와 음악 매거진 표지는 그들 차지였다. 그중엔 터너도 있었다. 딥 퍼플, 레인보, 잉베이 말름스틴 밴드에서 허스키한 음색, 시원한 가창, 준수한 작곡력의 보컬로 활약한 터너는 희대의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 잉베이 말름스틴이 앞다퉈 선택한 보컬이었다.

뜻밖에 22일 오후 서울 신도림동의 호텔에서 터너를 만났다. 그 옆에 넥스트, 노바소닉 출신의 한국 기타리스트 김세황(42)이 있었다. “어제 녹음 좋았다” “굳이 더 보완할 게 있을까?” 둘이 속삭이는 내용이 심상찮았다.

○ ‘유튜브엔 싸이만 있는 게 아니었어…’

터너와 김세황은 21일 록발라드 곡 ‘포에버’를 함께 녹음했다.

‘우리의 심장은 왜 함께 뛸 수 없는 거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간절히 너를 원해’라는 영어 가사는 터너가 지었다. 작곡은 터너와 김세황, 드라마 음악가 김동혁이 함께했다.

이들의 만남은 유튜브가 도왔다. 올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악기 엑스포 ‘냄(NAMM)’에서 김세황과 만난 미국 기타 제작사 레거토(Legator Guitars)의 사장 케넌 이 씨가 ‘한국으로 휴가를 간다’던 터너를 떠올렸고 둘을 연결시켰다. 터너는 유튜브로 김세황의 연주 동영상을 보고 ‘휴가’를 ‘출장’으로 바꿨다. “좋은 멜로디를 훌륭한 기술로 표현해내는 기타리스트였어요. 낯선 나라에서 역사적인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 “사람들은 잠시 잊고 있을 뿐, 진짜 음악의 힘”

터너는 16일 한국에서 김세황을 처음 만나 18일부터 서울 충정로의 스튜디오에서 작·편곡 작업에 돌입했다. 48시간 만에 곡이 나왔다. “함께 일해 본 ‘크레이지 기타리스트’들에 비해 김세황은 정말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었죠. 인간성과 실력을 겸비한….” 터너는 1980, 90년대 블랙모어, 말름스틴과 함께한 나날을 떠올리며 “놀라운 창의성만큼이나 정말 별나고 까다로운 이들이었다”며 웃었다.

김세황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눈치다. “어린 시절 MTV 화면에서 꽃미남 터너가 열창하는 걸 봤을 때의 충격은 활춤 추는 소녀시대 못잖았다”고 했다.

환갑을 넘긴 터너는 여전히 현역을 고집한다. 지난해에만 200회 이상 공연 무대에 올랐다. 요즘은 미국 전역을 돌며 록 뮤지컬 ‘레이딩 더 록 볼트(Raiding the Rock Vault)’의 밴드 보컬로 활약 중이다. 1950∼90년대 록 명곡을 하트, LA 건스, 마이클 솅커 그룹, 아시아 같은 노장 그룹 멤버들과 함께 부른다. “클래식 록이 다시 조명 받고 있어요. 대형 밴드의 재결성도 잦아졌죠.”

주름살이 내려앉은 터너의 이마 아래로 젊은이 같은 동공이 빛났다. “히트만을 노린 팝은 수명이 짧지만, 딥 퍼플 같은 클래식 록의 선율은 인류의 기억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터너) “음악의 힘이죠.”(김세황) “그래요. 사람들은 잠시 잊었을 뿐이죠. 진짜 음악의 힘을 말이에요.”(터너)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딥 퍼플#조 린 터너#김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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