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길동의 한 건물 담벼락. 의상이 좋다고 하자 싱어송라이터 시와가 수줍게 답했다. “얘는 벼룩시장에서 산 것, 이건 친구가 준 옷인데…. 괜찮아요?”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성 싱어송라이터 시와(본명 강혜미·36)는 좀 싱거운 사람이다.
수수한 외모, 꾸밈없는 말투 때문만은 아니다. 통기타를 뜯으며 노래하는 그의 음성은 초저녁 담을 넘어 들려오던 옆집 누나의 것처럼 질박하지만 정겹다. 시와는 원래 특수학교 교사였다. 2000년 인천의 학교에 부임해 장애 아이들을 가르쳤다. 음악은 좋아했지만 작곡은 천재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던 그는 2004년 학생들을 위해 음악 치료를 배우면서 처음 자신만의 곡을 만들어봤다. 2006년부터 낮엔 학생을 가르치고 밤엔 서울 서교동에서 공연을 했다. 2010년, 자꾸만 음악 쪽으로 가는 마음이 학생들에게 미안해 교단을 내려왔다. 전업 음악인이 됐다. 2008년 데뷔 싱글부터 주목받았고 2010년 1집과 2011년 미니앨범도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가 지난달 “CD 없는 음반을 냈다”면서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디지털로만 유통된 음반의 예가 국내외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건 좀 달랐다.
최근 서울 신길동 카페에서 만난 시와가 재생지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된 음반 ‘시와, 커피’의 홍보물부터 건넸다. “지난해 가을, 귀촌해 사는 친구 집엘 갔어요. 전남 담양에서 전기도, 보일러도 안 쓰면서 아궁이에 불을 때서 살고 있었죠.” 휴대전화도 햇볕으로 충전해 쓰더란다. “자연에 해를 덜 끼치며 살겠다는 그 마음이 저한테 큰 울림을 줬어요. 저도 삶을 조금은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대형마트 대신에 생산자와 직거래하는 협동조합에서 먹을 걸 사 먹고, 헌옷을 사 입기 시작했다. 음악 CD에 생각이 닿았다. 가수니까.
시와가 지난달 ‘그대의 우물에서’ ‘마시의 노래’ ‘인사’ ‘나는 당신이’의 4곡을 담아 낸 새 앨범 ‘시와, 커피’는 e메일로 주문받아 e메일로 ‘제품’을 발송한다. 6000원을 시와의 농협 계좌로 입금하고 e메일을 보내면 답장으로 음악, 사진, PDF 파일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구입 방법은 www.withsiwa.com 참조)
‘시와, 커피’에는 시와 특유의 담백하지만 진한 서정이 담겼다. ‘인사’는 지난해 강원 원주의 토지문화관에서 생활할 때 만든 곡. 김선재 시인의 시 ‘마지막의 들판’에 가락을 붙였다.
시와는 아직 손에 잡히는 음반의 가치를 선호하는 팬들을 위해 다음 음반은 생분해성 수지로 만든 친환경 CD로 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합성수지를 전공한 팬의 도움으로 업체를 찾았는데 최소 주문 수량이 1만5000장은 돼야 한대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함께 주문할 음악인을 찾고 있어요.”
그는 지난달 ‘나무가 필요해’라는 독립 음반사도 차렸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믿음직한 사람을 나무에 비유하잖아요. 제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하고 저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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