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 “액션신 성에 안 차면 ‘한번 더 맞아라’ 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2일 03시 00분


꽃피는 4월 웹툰 원작 ‘전설의 주먹’으로 돌아오는 강우석 감독

강우석 감독은 “‘전설의 주먹’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음 놓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로 돌아간 영화라고 강조했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강우석 감독은 “‘전설의 주먹’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음 놓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로 돌아간 영화라고 강조했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강우석 감독(53) 쪽에서 며칠 전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속으로 ‘영화도 안 보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회 뒤 인터뷰를 하는 게 불문율. ‘신작 ‘전설의 주먹’(4월 12일 개봉)이 얼마나 자신 있기에…’라는 생각으로 21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는 제작·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최대주주다.

‘전설의 주먹’은 지난해 10월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 중이다. “다른 영화에 비해 (후반작업)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효과음, 음악 넣는 일을 하고 있어요. 액션 영화인데 맨주먹으로 맞는 소리, 글러브 낀 주먹에 맞는 소리가 다르잖아요.”

영화는 고교시절 ‘한 주먹’ 했던 싸움꾼들이 중년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 파이터들은 승부를 가르는 리얼리티 TV 쇼 ‘전설의 주먹’이 방송되자 하나 둘씩 출연한다. 쇼는 회를 거듭할수록 이변을 낳으며 화제가 된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데, 어른이 된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더군요. 원래는 제작만 하려고 했는데, 감독 선정하다 보니 다른 사람 못 주겠더라고요.”

40대 배우들이 말 그대로 몸을 던졌다. 황정민은 고교시절 운동선수였다가 삐뚤어진 국숫집 사장 임덕규로 나온다. 맘 잡고 공부해 대기업에 취직한 엘리트 이상훈 역은 유준상에게, 여전히 건달인 신재석 역은 윤제문에게 돌아갔다.

“황정민은 4, 5개월간 격투기 연습을 했는데 운동신경이 남달랐어요. 유준상도 운동을 잘하는데 촬영 중 무릎인대가 파열됐죠. 응급실에 누워 자는데, 오랫동안 그 손을 못 놓겠더라고요.” 영화에는 유준상이 다치는 장면과 비명이 그대로 나온다고 강 감독은 전했다.

하지만 촬영 중 감독은 냉혹했다. 실제 때리고 맞는 장면은 모두 ‘진짜’란다. “때리는 손을 근접 촬영한 장면도 많은데, 똑똑한 요즘 관객을 속일 수가 없어요. ‘미안하지만 한 번 맞자’고 수도 없이 말했어요.”

그는 1990년대 상업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자 제작자였다. 시네마서비스는 충무로의 중심이었지만 최근 흥행에 잇따라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그가 감독한 ‘이끼’(2010년)가 335만 관객을 모으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실미도’ ‘왕의 남자’로 1000만 영화 두 편을 제작, 배급한 뒤 ‘영화적 권태기’가 왔어요. 그러던 중 감독으로, 영화인으로 조로(早老)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문학 작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엄숙주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반성했죠. 이번 작품은 강우석이 잘하는, 재밌는 영화입니다.”

최인호 작가의 한마디가 죽비처럼 그를 깨웠다고 한다. “‘사랑 받으면 상은 포기하라’고 하더군요. 재미없는 것이 저에게 가장 무서운 형벌입니다.”

제작과 배급을 병행해온 시네마서비스는 이제 제작에만 전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설의 주먹’부터 유아인 주연의 ‘깡철이’, 김선아 주연의 ‘더 파이브’까지 3편이 올가을까지 극장에 걸린다.

“봉준호 감독도 한 작품 같이 하자고 했고, 장진 감독도 돌아옵니다. 신인 감독들을 대거 발굴해 키우겠습니다. 시네마서비스의 르네상스는 제작에서 시작될 겁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강우석 감독#전설의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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