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국민의 서재’ 운동본부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보내온 ‘차기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을 정리하고 있다. 국민의서재 제공
“정치인들을 뜻하는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그 배를 나아가게 해줄 넉넉하고 잔잔한 물, 바로 국민을 정치인들이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백성은 물, 임금은 배’라는 책을 보낸 시민)
서울 마포구 합정동 ‘국민의 서재’ 운동본부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책들이 쌓여 가고 있다. 19일 탄생하는 제18대 대통령이 꼭 읽어 보길 권하는 책들이다. 책의 속표지 첫 장에는 책을 보낸 사람들이 새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빼곡히 적혀 있다.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시공사)를 보낸 주부는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맛있는 음식을 주고, 아이들을 마음 놓고 교육시킬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으면 합니다”라고 적었다. 김명신 씨는 “세상의 반은 여자인 만큼 여성을 폄하하고 나약하게 보는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셨으면 한다”는 글귀와 함께 ‘여성 마케팅’(위즈덤하우스)이란 책을 보내왔다. ‘청춘을 반납한다’(인물과사상사)란 책을 추천한 익명의 참가자는 “빛나는 청춘을 온전히 즐기면서 하루하루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 힘들지만 살아 있는 것이 가슴 벅차게 느껴지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지금까지 모인 책은 350권이 넘는다. 기업인 주부 대학생 농부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취업 문제, 사교육 문제, 남녀 평등, 인터넷 중독증 대책 등에 대한 다양한 바람을 속표지에 적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느티나무 도서관, 아름다운가게 등이 참가한 ‘국민의 서재’ 운동본부(www.peoplebooks.kr)는 19일까지 모인 책을 청와대로 보내 국정에 참고할 수 있는 도서관 또는 서재를 만들도록 청원할 계획이다.
‘국민의 서재’는 9월 초 몇몇 청년과 대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 이벤트를 기획한 조혜민 디자인 회사 유니버드 대표(27·여)는 “사람들이 정치인에게 의견을 표출하는 수단으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블로그도 있겠지만 책은 무게가 다르다”며 “‘책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라는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말처럼 생각과 철학을 담은 책을 매개로 국민과 정치권이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건강한 정치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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