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영 ‘기억을 거닐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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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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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개 파벽돌로 완성한 치유의 공간

바깥 풍경이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전시장. 바닥엔 붉은 파벽돌이 깔려 있고 허물어진 유적인 양 파벽돌로 쌓은 기둥도 자리 잡고 있다. 상처 난 벽돌엔 인연 희망 고독 등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와 작가의 삶에 흔적을 남긴 지인들의 이름이 담겨 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 갤러리에서 7일까지 열리는 김승영 씨(49)의 ‘기억을 거닐다’전(사진)은 9000개 파벽돌로 완성한 심리 치유의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초록 이끼가 군데군데 틈새에서 솟아난 파벽돌 바닥을 걷는 동안 잔잔한 파장이 생긴다. 망가진 벽돌 하나하나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부딪히면서 실망하고 깨진 마음을 떠오르게 한다.

“내게 있어서 작업은 이런 상처에 대한 치유의 수단이다. ‘나는 감정의 죄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하고 잊어야만 하고 용서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고 말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말처럼 작업은 나와 타자와 소통의 방식이자 정신적 고통을 덜어내는 수단인 것이다.”(작가)

이 전시도 소통과 기억에 대한 지속적 탐구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처럼 자막으로 이름이 흘러가는 미디어 설치작품 ‘기억 1963∼2012’,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발견한 소박한 이미지를 모은 사진 연작, 푸른 조명 아래 힘차게 휘날리는 작은 깃발 등. 그의 작품은 망각과 기억, 과거와 현재, 이성과 감정, 인간과 자연 사이를 오가며 상처를 극복하고 현재와의 새로운 소통을 시도한다. 02-3701-7323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김승연#기억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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