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식 관복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일 03시 00분


대한제국 남성예복전 12월 12일까지

(위)무궁화 꽃과 줄기, 잎을 금사로 자수하고 금장단추를 단 민철훈의 대례모. (아래)대한제국 최고관료 등급인 1등칙임관 민철훈의대례복. 상의 전면과 소매, 칼집 등에 나라꽃인 무궁화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경운박물관 제공
(위)무궁화 꽃과 줄기, 잎을 금사로 자수하고 금장단추를 단 민철훈의 대례모. (아래)대한제국 최고관료 등급인 1등칙임관 민철훈의대례복. 상의 전면과 소매, 칼집 등에 나라꽃인 무궁화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경운박물관 제공
나라꽃인 무궁화로 장식한 유럽식 남성 예복. 상의 전면에 온전한 무궁화(全槿花) 여섯 송이와 반쪽짜리 무궁화(半槿花) 여섯 송이를 수놓았다. 깃고대(옷깃의 뒷부분) 아래와 양쪽 주머니, 양 소매의 안팎에도 모두 한 송이씩 무궁화가 있다. 대한제국의 최고 관료 등급인 1등 칙임관(勅任官) 민철훈(1856∼1925)의 대례복(大禮服)이다. 황제를 만날 때 입는 대례복은 연미복과 바지, 조끼, 모자, 검, 흰색 장갑 등으로 구성됐다.

다음 달 12일까지 서울 경기여고 내 경운박물관에서 열리는 ‘대한제국 남성예복: 새로운 물결 주체적 수용’전은 민철훈의 대례복을 포함해 대한제국의 복식 유물 50여 점을 선보인다. 모두 한국자수박물관 소장품이다.

1897년 대한제국의 개국을 선포하면서 황제가 된 고종은 조선의 제후국 복제(服制)를 황제국 복제로 개편하고 1900년 문관복식에 서구식을 도입했다. 이때 서구식 관복에 태극기, 무궁화, 오얏꽃(자두꽃) 등 국가나 황실을 상징하는 문양을 넣고 등급에 따라 무늬와 장식을 차별화했다. 1등 칙임관인 민철훈의 대례복과 달리 4등 칙임관의 경우 반쪽짜리 무궁화 여섯 송이만 쓸 수 있었다.

당시 관복 디자인은 도화서(圖畵署)에 속한 화원이 맡았다. 민철훈은 1900년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의 정무공사에 임명된 후 프랑스 파리 쥘 마리아 양복점에서 관복을 지어 입었다. 그는 1904년 주미 정무공사로 임명돼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는데, 그가 외교관으로 일했던 장소가 최근 우리 정부가 102년 만에 되찾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궁내부(宮內府) 주임관인 박기준(1875∼?)의 대례복도 전시한다. 궁내부 관료의 대례복은 무궁화를 활용한 일반 문관과 달리 조선왕실의 상징인 오얏꽃으로 장식했다.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은 “당시 서구식 관복을 통해 대한제국이 서구문화를 수용하면서도 주체성을 지키려고 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무료. 02-3463-1336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대한제국#남성예복#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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