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꽉 물어! Mr.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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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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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둥이의 섬’ 강화도 별미의 재발견

망둥이가 마늘을 입에 물고 ‘별미’가 될 준비를 마쳤다. 갓 잡은 망둥이 중 작은 놈은 내장을 빼낸 뒤 통째로 먹기도 한다. 새로운 맛을 알게 해준 망둥이에게 감사한다면 아무 것도 남기지 말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한 입에 먹어줘야 한다. 강화 사람들은 깻잎이나 차조기 잎에 싸서 먹는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망둥이가 마늘을 입에 물고 ‘별미’가 될 준비를 마쳤다. 갓 잡은 망둥이 중 작은 놈은 내장을 빼낸 뒤 통째로 먹기도 한다. 새로운 맛을 알게 해준 망둥이에게 감사한다면 아무 것도 남기지 말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한 입에 먹어줘야 한다. 강화 사람들은 깻잎이나 차조기 잎에 싸서 먹는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머리 위로 툭 불거진 눈은 양 옆이 아닌, 대가리 위쪽으로 몰려 붙었다. 가운데로 몰린 두 눈깔이 멀뚱하다. 바라보는 사람이 되레 부담스러울 정도. 마름모꼴의 길고 큰 얼굴에 입은 앞으로 비죽 튀어나왔다. 거대한 머리에 비해 보잘것없는 몸통 위로 지느러미가 대중없이 삐죽삐죽 뻗쳐 있다. 거무튀튀한 온몸에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박힌 갈색 점들. 그야말로 용두사미(龍頭蛇尾)의 생선, 그 이름은 바로 망둥이(망둑어)다.

○ 천대받아온 고기


“이놈 비주얼(외모)을 보면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 취재 후 가져온 망둥이를 본 한 선배 기자가 옆으로 비껴 앉으며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낚시 꽤나 한다는 사람들도 망둥이를 보면 한마디씩 던진다. “망둥이는 생선으로 안 쳐주지.” “망둥이는 낚는 재미에 하는 거지 먹을 일은 없어요.” 심지어 “그거 먹을 사람이 어디 있냐. 돼지 밥으로나 줘 버려”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굴욕은 예전부터 계속된 것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망둥이를 ‘조상이 없는 고기(無祖魚)’라고 불렀다. 최윤 군산대 교수(해양생물공학)는 이에 대해 “제 동족의 살을 떼서 미끼를 삼아도 덥석 물어 버리는 습성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둥이를 잡겠다고 다른 망둥이의 살을 잘라 미끼로 쓴 건 인간인데, 패륜의 죄는 망둥이가 뒤집어썼다. 게다가 망둥이는 식탐이 너무 강한 탓에 ‘멍청이 고기’로도 불린다. 미끼를 물었다 운 좋게 풀려나더라도 잠시 뒤에 다시 낚싯바늘을 향해 돌진하는, 아무나 잡을 수 있는 ‘쉬운 생선’이다. 강화에서 만난 박영애 할머니(77)는 “예전엔 망둥이 꼬리를 다른 망둥이가 물고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망둥이는 어디서나 ‘작고 쓸모없는 고기’로 취급받는다. 국내에 가장 많은 망둥이 종류 중 하나인 문절망둑의 학명(Acanthogobius flavimanus)은 그리스어 ‘가시(akantha)’와 ‘보잘것없는 작은 고기(kobius)’가 합쳐져 생겼다. 독일어로는 ‘그룬델(grundel)’이라고 부른다. 이 또한 ‘바닥에 사는 작은 고기’란 뜻이다.

이렇게 무시당했지만, 그나마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친숙한 존재란 것은 망둥이에게 위안이었을 듯하다. 우리 조상들은 어수룩함의 상징으로 망둥이를 즐겨 사용했다.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남을 따라 생각 없이 나서는 사람을 이르는 말)’ ‘꼬시래기(망둥이의 경상도 방언) 제 살 뜯듯(눈앞의 이익 때문에 큰 손해를 보는 한심한 사람을 이르는 말)’처럼 재미있는 속담을 만들었다. 얼간망둥이라는 표현도 있다. 됨됨이가 변변찮고 모자란 사람을 말한다.

‘악플(악성 댓글)보다 무서운 것은 무플(댓글이 없음을 나타내는 인터넷 용어)’이라고 했던가. 망둥이가 받았던 관심도 이제는 옛 이야기다. 망둥이는 9∼12월에 가장 잘 잡히고 맛도 좋지만 낚시꾼들을 빼고는 별 관심이 없다. ‘구글 트렌드’(여러 키워드의 검색량을 비교분석하는 서비스)에 따르면 대표적인 가을 생선인 전어의 매년 9∼10월 검색 빈도는 평소의 10배 가까이 늘어난다. 하지만 망둥이는 항상 거기서 거기다. 망둥이(망둑어·망둥어 포함)의 올해 9월 검색량은 전어의 9분의 1에 불과했다. 생새우나 다른 생선을 잡다 우연히 그물에 걸려 올라온 망둥이는 어물전에서도 잡어 취급을 받는다. 취재가 끝날 무렵 들른 김포 대명포구에서 망둥이들은 다른 생선과 함께 커다란 플라스틱 채반에 담겨 ‘단돈 만원’에 팔리고 있었다. 기자가 망설이는 듯하자 꽃게 2마리가 추가로 채반에 담겼다.

하지만 비주얼에 현혹되지 말자. 못 생겼다고 맛도 없는 것은 아니다. 흔하다고 쓸모없는 것도 아니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는 망둥이의 명예 회복을 위해 16일 ‘망둥이의 섬’ 강화도를 찾았다.

○ 강화도의 솔 푸드(Soul Food)

“다른 지방에서는 망둥이를 생선 취급 안하기도 한다던데요.”

“예에?”

한마디로 이해가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강화도생태체험학습센터의 이승옥 대표(48·여)는 “그런 곳도 있느냐”고 되물었다. 아, 이건 무슨 얘기일까. 좀 더 알아보면 그럴 법도 하다. 놀랍게도 강화도에서 망둥이는 ‘미친 존재감’을 자랑한다. 강화도 사람들에게 망둥이는 ‘영혼을 울리는 음식(Soul Food)’이다. 이 대표가 말했다.

“교동면(강화도 서북쪽에 있는 교동도)에 사는 어르신들이 농한기에 섬 밖으로 여행을 자주 다니세요. 그 분들이 여행 출발할 때 보면 말린 망둥이를 한껏 싸가세요. 버스를 타고 가면서 간식으로도 먹고 술안주로도 삼죠. 지금 갯벌을 둘러보면 곳곳에서 망둥이를 말리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을걸요.”

17년 전부터 강화도에서 살고 있는 함민복 시인도 “예전에 한 청년회에서 동남아로 단체로 여행을 떠났는데 ‘다른 건 없어도 망둥이는 챙겨야 한다’며 말린 망둥이를 한가득 들고 가더라”고 말했다. 강화 사람들은 직접 망둥이를 잡거나, 시장에서 사서 겨우내 먹는다. 가을에 누가 열심히 망둥이를 잡아 말리는가를 봐뒀다가 겨울에 슬쩍 “같이 좀 먹자”고 하기도 한다.
▼ 망둥이가 천박해? 식탁의 감초라니까∼ ▼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나오는 망둥이 먹는 법을 재연해 봤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나오는 망둥이 먹는 법을 재연해 봤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망둥이를 많이 먹냐고? 이 동네 사람들은 망둥이밖에 몰러.” 동검도(강화도 아래쪽, 초지대교 인근에 있는 작은 섬) 주민인 박영애 할머니가 말했다. 동검도 사람들에게도 망둥이는 너무나 친숙하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윷놀이를 할 때도, 어르신들이 모여 술을 한 잔씩 기울일 때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이장 부인이자, 동검꽃게탕 식당 주인인 정효순 씨(45·여)도 거들었다.

“뱃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망둥이찌개예요. 웬만한 매운탕은 계속 먹기 힘들잖아요. 망둥이찌개는 하루 세 끼 내리 먹을 수도 있어요. 우리 아저씨(남편)는 망둥이를 냉동해 두고 겨우내 먹어요. 다른 매운탕은 먹지도 않는데 그건 이상하게 잘 먹더라고요.”

외지(충북 충주) 출신인 함민복 시인은 “망둥이는 강화도를 이해하는 코드”라고 말했다. 강화 사람들은 외지 사람이 망둥이를 먹을 줄 알면 “강화에 친척이 있느냐”며 좋아하고, 함 시인처럼 육지에 살다가 강화에 들어온 사람이 망둥이를 맛있게 먹으면 “어이구, 이제 강화 사람 다 됐네” 하며 놀란다. 그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나를 만든 건 8할이 망둥이랍니다.”

망둥이는 사람들끼리 정을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외지에 사는 강화 사람들은 “망둥이는 많이 컸느냐”며 안부를 묻는다. 외지에 사는 친척이나 친구에게 망둥이를 선물하면 굉장히 좋아한다. 요즘엔 생물이 kg당 5000원, 말린 것은 3만 원 정도 한다. 알음알음으로 전화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판다는 정효순 씨는 “해마다 물량이 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강화도의 식당들은 정말 대접하고 싶은 귀한 손님에게만 망둥이 요리를 내온다. 물론 메뉴판에 망둥이 요리는 없다. 함 시인은 “망둥이를 주면 그제야 ‘아 내가 제대로 대접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화 사람들에게 망둥이는 동전, 그리고 감초 같은 존재입니다.” ‘동전’은 망둥이가 흔해서 어디에나 있지만, 강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존재라는 뜻이다. ‘감초’는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강화에선 망둥이가 없으면 뭔가 허전하다.

강화는 함 시인에게 ‘제2의 고향’이다. 망둥이에 대한 애착도 크다. “망둥이는 강화도에서 생활 그 자체죠. 강화에선 ‘고추 크듯 망둥이 큰다’라는 말이 있어요. 고추가 빨갛게 익으면 망둥이가 다 큰 거죠. 여기 사람들은 고추 꽃이 피면 ‘망둥이가 알을 깠겠구나’ 해요. 실제로 풋고추와 망둥이 새끼를 함께 조려먹기도 하죠. 작은 망둥이는 마늘을 입에 물려 깻잎에 싸 먹어요. 망둥이포도 맛이 참 좋아요.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망둥이포를 까끌까끌한 노가리에 비할 수 있느냐고 하지요.”

갯벌에 오래 살아 망둥이의 습성을 잘 아는 사람들은 낙지를 잡을 때도 망둥이를 이용한다. 망둥이는 물속보다도 오히려 공기 중에서 숨쉬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갯벌의 낙지 구멍에 잘 들어간다. 망둥이는 기척에 놀란 낙지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면 놀라서 폴짝폴짝 뛰며 먼저 도망을 친다. 이는 낙지가 곧 밖으로 나온다는 신호. 사람들은 구멍 앞에 손을 놓고 기다리다 낙지를 잡는다. 함 시인이 낙지를 잡아내는 시늉을 했다. “고수들은 낙지를 한손으로 잡아요. 재미있죠?” 그가 같은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씩 웃었다.

○ 망둥이, 날다

내장 훑어버린 몸 곧게 펴고
도르래 줄 타고 장대 끝까지
망둥이 님 숭어보다도
더 높이 뛰어오르셨습니다

―함민복, 동막리 가을

오전 11시 동검도 정효순 씨의 식당 앞마당. 소금물을 머금고 파란색 건조망에 담겨 전봇대 위에 올라있던 망둥이가 도르래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내려왔다. 가을 햇빛과 바닷바람을 맞은 뒤 그물 밖으로 나온 망둥이는 바짝 말라 있었고 고소한 냄새가 났다. 고양이와 파리의 습격을 피해 10일 동안 높은 곳에서 ‘인내한’ 결과다.

마른 망둥이를 바라보던 ‘농어촌 어르신의 아이돌’ 윤정진 셰프가 마른 망둥이를 양손에 들고 유심히 살폈다. 그는 3년간 KBS ‘6시 내고향’에 출연해 농어촌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너무 큰 녀석들은 내려놓고 그야말로 ‘눈빛이 살아 있는’ 녀석들 대여섯 마리를 골랐다. 정 씨도 옆에서 이틀 정도 말린 망둥이를 집어 그릇에 담았다. 이제 겨우 물기가 빠진 녀석들이었다. 두 사람은 ‘망둥이의 참맛’을 기자 일행에게 보여줄 참이었다.

기자와 함께 16일 인천 강화군 동검도를 찾은 윤정진 셰프(위쪽 사진). 그는 육수를 쓰지 않고서도 맛깔난 망둥이조림을 만들어냈다. 한편 동검도 선착장 앞 바다에서는 바지장화를 입은 낚시꾼들이 본격적인 망둥이 잡이에 나서고 있었다(아래쪽). 강화=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기자와 함께 16일 인천 강화군 동검도를 찾은 윤정진 셰프(위쪽 사진). 그는 육수를 쓰지 않고서도 맛깔난 망둥이조림을 만들어냈다. 한편 동검도 선착장 앞 바다에서는 바지장화를 입은 낚시꾼들이 본격적인 망둥이 잡이에 나서고 있었다(아래쪽). 강화=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식당 안으로 들어온 윤 셰프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1cm 정도 두께로 납작하게 썬 감자와 무, 대파, 그리고 미리 만들어온 양념장이었다. “이거면 충분해요.” 요리 성격 분석을 해보니 조림이 가장 맛있을 것 같아서 미리 챙겨온 재료다. 그가 전골냄비 바닥에 감자와 무를 깔고 말린 망둥이를 올린 뒤 양념장을 올렸다. 냉수만 붓고 바로 가스버너의 불을 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조리가 되기 시작했다. 10분 정도 끓인 뒤에 소주를 조금 부어 비린내를 없애고 대파를 올렸다. 특별한 재료도, 비법도 없이 만든 진짜 ‘서민형’ 요리였다.

정 씨가 신이 나서 말했다. “안 그래도 망둥이 요리를 개발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유명한 요리사님이 나타나서 너무 좋다”고 했다. 그는 묵은지를 이용해 만드는 강화도식 망둥이찌개를 내놓았다. 멸치와 다시마 육수에 콩나물, 양념장, 망둥이, 묵은지를 넣고 소금 대신 새우젓으로 간을 했다. 찌개가 적당히 끓자 대파와 애호박, 홍고추를 넣고 마지막으로 요즘 잡히는 김장용 생새우(백하)를 한 주먹 넣었다. 그때 주방에서는 말린 망둥이가 찜기 속에서 고소한 냄새를 내기 시작했다. 단 20분 만에 망둥이 요리만으로 한 상이 차려졌다.

숟가락을 들자 식탁에 앉은 사람들의 말이 띄엄띄엄 끊겼다. 그 대신 “음, 음” 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찌개는 시원했고 조림은 감칠맛이 났다. 찜은 고소한 맛과 짠 맛이 함께 어우러진 진미였다. 다 먹고 난 뒤에도 담백한 맛이 입 속에 감돌 정도였다. 망둥이는 맛이 없다는 편견이 단박에 날아가 버렸다.

윤 셰프는 찌개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묵은지와 새우가 망둥이와 어울려 시원한 맛을 낸다”며 “오랫동안 망둥이와 함께 살아온 분들이라 망둥이의 맛을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결은 쑥갓처럼 맛이 강한 재료를 넣지 않은 데 있었다. 망둥이를 보통 매운탕처럼 끓여내면 본래의 맛을 느끼기 어렵다.

망둥이는 가을이 제철이다. ‘봄 보리멸, 가을 망둑’이라는 말도 있다. 최윤 교수는 “가을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강 하구나 연안에서 잡히는 산란 직전의 망둥이는 살이 올라 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 본인도 말린 망둥이를 집에 두고 맥주 안주로 즐긴다고 했다. 그에 반해 봄 망둥이는 맛이 없다. ‘봄 망둥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 망둥이는 초겨울에 덩치가 가장 커진다. 취재 때 만난 강화 사람들은 모두 크기가 동태만 하고 몸통이 장어처럼 동그란 초겨울 망둥이 얘기를 했다.

가을 망둥이를 적당히 말리면 고소한 풍미가 살아나 맛이 더 좋아진다.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는 “망둥이처럼 지방질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흰 살 생선을 말리면 단백질 분해효소가 활성화되면서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지는데, 그 결과 고소한 맛이 생긴다”고 말했다.

망둥이를 오랫동안 말리기 어려운 낚시꾼들이라면 망둥이를 잡자마자 점액질을 닦아내고(점액질은 비린내의 원인) 내장을 빼낸 다음 한나절 동안만 말려 먹어도 된다. 황 씨는 “망둥이와 비슷한 생선인 대구나 양태의 조리법을 참조하면 다양한 요리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일부 망둥이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 먹으면 매우 위험하다. 최 교수는 “짱뚱어와 풀망둑, 문절망둑을 제외한 망둥이, 특히 몸 빛깔이 화려한 것들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화 사람들은 망둥이를 여러 방법으로 즐긴다. 함 시인은 “겨울에 눈이 오면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집에서 말려놓은 망둥이를 들고 솔잎 훈제를 하러 간다”고 말했다. 솔잎 연기를 쏘인 망둥이는 솔향기가 더해진 데다 잡내가 없어져 더 맛있다고 한다.

사실 망둥이는 외지인들도 인정하는 맛있는 생선이다. 함 시인은 말했다. “외지인들이 강화 식당에 와서 숭어를 시켜놓으면 식당에서 망둥이 회나 말린 것을 같이 내주거든요. 그럼 사람들이 숭어는 잔뜩 쌓아놓고 망둥이 접시만 싹 비워요. 그게 더 맛있으니까요.”
○ 에필로그

기자는 강화도를 벗어나 경기 김포시의 대명포구에서 망둥이를 사서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왔다. 하얀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망둥이의 무심한 눈과 못생긴 얼굴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놈이 그렇게 맛있었던가.’ 다시 의심이 피어올랐다. ‘망둥이 섬’을 떠나자마자 망둥이를 먹기가 꺼림칙해지다니 이 얼마나 간사한 입맛인가.

문득 함 시인의 말이 떠올랐다.

“저는 망둥이는 용감한 족속이라고 생각해요. 덥석 무는 성질이 멍청함이 아니라 용감함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죠.”

그의 말에는 애정이 배어 있었다. 발상의 전환은 망둥이를 사랑하는 사람만 할 수 있다. 그것이 망둥이 명예 회복의 시작이 아닐까.

망둥이를 낚다가

―함민복

갯지렁이야 너는 망둥이 땜에 죽는다
망둥이야 너는 갯지렁이 땜에 죽는다

낚시꾼이여 미안해하지 마라
우린 잘 문다
희망의 그림자 속에서 훌쩍 뛰어오를 줄 아는
미련없이 한 생을 던져 버릴 줄 아는 족속이다
기억력이 삼 초라고
물렸다 떨어져 다시 문다고
후후후 웃지 마라
우린 동족의 살점을 미끼로 써도
빈 바늘을 던져도 물어버린다

낚시꾼이여 미안하다
그대가 한 세상 잊고 낚으려는 세월을
기다림이 맛이라는 그 맛의 기다림을
그대가 낚기 전에 먼저 물어버려
덥석 그대를 물어 버려

※함민복 시인의 허락을 받아 미공개 시 ‘망둥이를 낚다가’를 게재합니다.

강화=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망둥이#강화도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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