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친구에게 선물을 주면 왜 내 기분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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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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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마음은 참 복잡하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가 하면 받는 것을 더 좋아하는 마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혼자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마음도 적지 않다. 그림책을 보다 보면 이 복잡한 마음을 다스려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이 결국은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달토끼의 선물’(문승연 글 그림·길벗어린이)은 선물의 의미를 담은 그림책이다. 쥐는 달토끼에게서 떡 선물을 받고 기분이 좋다. 그래서 뱀에게 가장 아끼는 나팔을 선물한다. 이렇게 선물을 받은 동물은 또 다른 동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선물 릴레이를 펼친다. ‘선물’을 매개로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밝은 색감만큼이나 따뜻하게 전해진다.

반면 ‘욕심쟁이 딸기 아저씨’(김유경 글 그림·노란돼지)처럼 모든 것을 혼자 차지해야만 하는 마음은 불행의 씨앗이 된다. 아저씨는 딸기가 좋아서 자기 동네는 물론이고 옆 동네 딸기까지 모두 사들여 혼자서 먹고 또 먹는다. 하지만 혼자 먹는 딸기는 맛도 없고 재미가 없다. 게다가 배탈까지 난다.

그때 마을 쪽에서 왁자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동네 사람들이 재미나게 이야기하며 함께 수박을 먹는 모습을 못내 부러워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수박을 가져와 드셔 보란다. 아저씨는 마음이 편치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아저씨는 다음 날 모아두었던 딸기를 모두 딸기잼으로 만들어 동네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아저씨는 즐겁고 뿌듯하고 마음 속에서 무언가 꽉 차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딸기만큼이나 빨개진 아저씨 얼굴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아닐까.

딸기 아저씨는 그래도 다행이다. ‘단물고개’(소중애 글·오정택 그림·비룡소)에 나오는 총각은 나눔의 행복을 깨닫기도 전에 망해버리니 참 딱한 노릇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나무꾼 총각은 효심이 깊고 착하다. 어느 날 산에 갔다가 차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물이 나오는 샘을 발견한다. 총각은 이 물을 팔아서 돈을 벌기로 한다. 그리고 ‘호랑이 조심해라’ ‘꼭꼭 씹어 먹어라’라며 아들을 염려하던 어머니조차 팽개치고, 차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물이 나오는 샘을 곡괭이로 파헤친다. 하지만 샘에서는 차갑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물이 더는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아이들 마음은 순간순간 달토끼 마음이 되었다가 딸기 아저씨가 되었다가, 단물고개 총각의 마음도 되었다가 할 것이다. 주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이 결국 내 기쁨으로 돌아오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푸는 열쇠라는 사실을 재미나게 일러주는 그림책들을 펼쳐보자.

조월례 어린이도서평론가
#어린이 책#그림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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