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의 축축함, 한여름 소낙비의 거센 느낌, 빗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등이 어른들의 것이라면 아이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본다.
장화 신고 물 고인 웅덩이를 첨벙거려 보기, 얼굴을 하늘에 대고 비 맞아보기, 우산 들고 비 오는 소리 들어보기, 비가 떨어지는 모습 살펴보기, 비 오는 날 나무 색깔 살펴보기, 비가 오면 먹고 싶은 것 말해보기, 비 오는 날 어떤 색깔의 우산을 쓰고 싶은지 말해보기…. 이걸 다 해볼 수 없다면 비에 관한 그림책을 열어보자.
아이들은 비 오는 날 우산 펼치기를 좋아한다. ‘노란우산’(류재수 글·그림)은 글자 하나 없이 발랄한 색깔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회색빛깔 골목길에 노란 우산을 중심으로 우산들이 하나씩 나타나면서 색색의 우산으로 채워지는 모습은 아이들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온전히 전달한다. 톡톡톡 비 오는 소리가 곧 들릴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림책에 동봉된 CD에 담긴 경쾌한 피아노 소리와 다채로운 색깔의 조화가 곁에 두고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우리나라 그림책의 고전이다.
투투둑, 촤라락, 톡토톡, 후드득 후드득 하는 빗소리의 즐거움은 어느 음악소리 못지않게 귀를 즐겁게 한다. 비 오는 소리를 말로 표현해 보는 놀이를 해보고 싶을 때는 ‘야 비온다’(이상교 글·이성표 그림)를 펼쳐보자. 파란색과 초록색을 섞어놓은 듯한 표지에 흰 글씨로 쓰인 ‘야 비온다’라는 제목은 이 책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책을 열어 빗소리를 나타내는 여러 의성어를 따라해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이 그림책을 볼 만한 또래 아이가 우산을 선물로 받고 비를 기다리는 모습부터 비를 맞는 아이들의 신나는 몸짓, 비 오는 날의 풍경들까지 물빛을 배경으로 청량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이혜리의 ‘비가 오는 날에’는 잿빛 하늘에서 굵은 소낙비가 쏟아지는 장면들을 강렬하게 담았다. 비 오는 날 모두 무얼 할까. 사자는 입을 크게 벌려 실컷 빗물을 마신다. 나비는 날개가 젖을까 봐 살살 걸어 집으로 간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첨벙첨벙 물장난을 치고 호랑이는 동굴 속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용은 비를 뿌리고…. 그런데 아빠는 비가 오는 날 무얼 하실까. 동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책은 검은색만으로도 비 오는 날의 풍경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스러울 때는 ‘즐거운 비’(김향수 글·서세옥 그림)도 추천할 만하다. 비가 내리는 현상을 경쾌하게 표현한 그림책이다. 글자를 그림처럼 배치하고 그림은 춤을 추듯 폭염에 이어 비 오는 날의 기분을 흥겹게 표현한다. ‘비가 와도 폴짝폴짝, 흥에 겨워 덩실덩실, 아이도 어른도 비춤을 추네’라는 내용이 그림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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