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99>독단자천하주(獨斷者天下主)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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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홀로 독 斷: 끊을 단 者: 놈 자
天: 하늘 천 下: 아래 하 主: 주인 주

모든 것은 고독한 군주의 단호한 결단만이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로 한비자 ‘외저설 우상(外儲說 右上)’편에 나오는 말이다. “혼자만 볼 수 있다면 밝다고 하고, 혼자만 들을 수 있으면 총명하다고 한다. 홀로 결단하는 자가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다(獨視者謂明, 獨聽者謂聰能獨斷者, 故可以爲天下主)”

독단의 사전적 의미는 남과 의논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 의견대로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비가 말하는 ‘독(獨)’의 의미는 물론 긍정적이고, ‘독단’이란 의미 또한 그렇다. 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당계공(堂谿公)이 한나라 소후(昭侯)에게 말했다.

“여기에 밑이 없는 백옥 그릇과 밑이 있는 오지그릇이 있다고 하면, 목이 말랐을 경우 군주께서는 어느 것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오지그릇을 사용할 것이다.” “백옥으로 만든 그릇은 아름다운데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밑이 없기 때문인가요?” 소후가 그렇다고 수긍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당계공은 이렇게 말했다. “군주가 국가의 말을 누설하면 마치 옥배에 밑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을 듣고 난 소후는 그날 이후부터 혼자서 잠을 잤다. 잠꼬대를 하다가 국가 대사를 처첩에게 누설하지나 않을까 염려해서였다. 당계공이 말한 것은 군주는 때로는 결단을 내릴 때 혼자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궁정의 속성상 군주와 신하, 처첩 간의 갈등 등으로 군주가 섣불리 논의하다가 그들에게 빌미를 제공해 역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에 군주는 고독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라와 관련된 중대한 비밀이 누설되면, 군주는 목숨까지 위태로울 만큼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현명한 군주는 때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명적 고독을 견뎌내야 하며, 대사를 홀로 결단하는 승부사적 기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비가 규정하듯 ‘총(聰)’과 ‘명(明)’ 역시 독자적으로 문제를 관찰하고 듣는 데서 나오는 것이기에 말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로 읽는 고전#한자#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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