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00>불감기우(不堪其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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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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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아니 불 堪:견딜 감 其:그 기 憂:근심 우

보통 사람은 궁핍한 삶의 근심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말로, 공자의 말이다. “현명하구나 안회여! 한 대광주리의 밥과 한 표주박의 마실 것으로 누추한 골목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려 하지 않으니, 어질구나, 안회여(賢哉回也!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논어 ‘옹야(雍也)’편)

안회에 대한 공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이는 이 구절은 호학정신이 투철한 안회에 대한 찬사다. 공자가 생각하기에 보통 사람은 물질적 욕망을 충족하는 데 만족감을 느끼지만, 안회의 경우는 그와 정반대로 삶의 일상이라 할 수 있는 의식주의 문제에 초연하고 형이상학적 문제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자의 삶도 안회처럼 생계문제를 초연하려고 한 맥락과 기본적으로 같다. 공자는 말한다.

“거친 밥을 먹고 ‘차가운’ 물을 마시고, 팔을 굽혀 그것을 베개로 삼으면 즐거움도 그 속에 있다. 의롭지 못하고 잘살고 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만 같은 것이다(飯疏食, 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논어 ‘술이(述而)’편)

공자의 제자는 가난한 집 출신이 많았다. 그의 나이 35세 이전의 제자 중에는 가난한 집 출신이 많았고, 공자가 제나라와 주(周)나라에 갔다가 다시 고국 노나라로 돌아온 36세 이후부터 54세까지도 염옹과 염구, 안회 등 여전히 가난한 자가 많았다. 위(衛)나라 상인 출신으로 돈이 많았던 자공만이 예외일 정도다. 공자는 스스로도 “군자는 도를 도모하지, 먹을 것을 도모하지 않는다. (중략) 군자는 도를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는 않는다(君子謀道不謀食. … 君子憂道不憂貧).”(논어 ‘위령공’편)고 말했듯이, 그가 추구했던 것은 ‘도(道)’였지 ‘식(食)’과 ‘빈(貧)’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제자들의 출신을 고려하지 않은 평등교육으로 가르침의 방향을 정했던 것이다. 물질적 가치에 집착을 버려야만 제대로 된 학문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본 공자의 논점은 오늘의 현실에서 보더라도 꽤 새겨볼 가치가 있지 않은가.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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