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그리고 특별한’전에 선보인 박태현 씨의 작품. 안산=고미석 전문기자 mskoh119@donga.com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 신디 셔먼이나 마우리치오 카텔란 같은 세계적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또 뉴욕 화이트컬럼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미국의 장애인 예술가 댄 밀러 씨다. 발달장애를 가진 그는 마치 낙서처럼 글자와 단어가 반복적으로 포개지고 물감이 뒤엉킨 작품으로 자유롭고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경기도미술관(관장 최효준)은 댄 밀러를 포함해 한국 미국 일본의 예술적 재능을 가진 장애 작가 41명의 작품 400여 점을 한데 모아 ‘다른 그리고 특별한’전을 열고 있다. 장애의 범위는 넓으나 이 자리는 자폐 등 발달장애에 초점을 맞추어 장애예술을 본격 소개한 국내 최대 규모 기획전이다. 한국의 에이블아트센터와 로사이드, 일본의 ‘민들레의 집 아트센터 하나’, 미국의 ‘크리에이티브 그로스 아트센터’의 협력으로 이뤄진 전시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남다른 집중력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작품들은 진지하면서 유쾌하다. 무엇이든 모으기를 좋아하는 일본의 이토 주리 씨는 빈 약 껍질만으로 설치작품을 만들었고, 다케다 아쓰코 씨는 전통판화 스타일을 차용해 여인의 모습을 시원한 붓질의 수묵채색화로 표현했다. 미국의 도널드 미첼 씨는 서로 의지하면서도 독립적인 인간의 형상을 집적한 대작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서 장애인이 문화적 표현권을 누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는 면에서 한국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전시에선 톡톡 튀는 작품들도 접할 수 있다. 박태현 씨는 색종이와 스카치테이프로 만든 캐릭터와 인형들로 노란 자동차를 장식한 설치작품을 꾸몄다. 새가 땅을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그리는 김동현 씨의 북한으로 가는 해저터널, 함정이 숨어있는 전철노선도 등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패션과 구두에 관심이 많은 박범 씨는 한글 자모를 굽으로 활용한 하이힐을 도예작품으로 선보였다.
예술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꿈꾸는 이들의 작품은 제각기 다르면서 특별하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시야를 넓히면 장애는 더이상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우는 전시다. 10월 7일까지. 031-481-7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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