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TV도 에어컨도 없는 옛날처럼 살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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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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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처럼 살아 봤어요/조은 글·장경혜 그림/164쪽·8800원·사계절

사계절 제공
사계절 제공
“아∼덥다”란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 에어컨도, 심지어 선풍기도 없이 지낼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부채질과 등목으로 여름을 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날이 더 더워진 게 아니라 어쩌면 사람들이 점점 더위에 약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창작동화는 요즘 같은 여름날 읽기에 딱 좋다. 시원한 동화여서? 천만에. 읽다 보면 덥다 못해 숨이 턱 막힐 것 같다. 열매네 가족은 전기와 수도를 끊고 옛날 사람들처럼 살아보기로 했다. 이를테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좌충우돌하는 가족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웃음이 나오고, 뭉클한 감동까지 배어나온다. 고생 끝에 되찾은 가족애랄까.

초등학생 지열매는 TV라면 사족을 못 쓰고, 아빠는 홈쇼핑 중독자. 어느 날 엄마는 폭발한다. TV를 없애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두꺼비집’(분전반 전원)을 내려버린 것. TV도, 에어컨도, 냉장고도 멈춘다. 엄마는 이참에 “옛날로∼”를 외친다. 수도까지 끊어 물까지 옆집에서 길어다 쓰고, 화장실까지 멀리 떨어진 반장네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열매와 아빠는 TV 금단현상에, 불편해진 생활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뿔난 엄마가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사서 고생을 한다. 여름방학 내내 이어진 ‘옛날처럼 살기’ 속에서 가족 간 대화는 많아지고, 열매도 독서에 열중하게 된다는 해피엔딩.

열매네뿐인가. 주위에는 TV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가 대부분이다. 옛날처럼 살기라는 ‘극약 처방’에 공감이 가는 것도 이 때문. 다만 억지스럽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TV나 인터넷만 줄이면 됐지 전기, 수도까지 끊는 엄마라니…. 책을 읽고 아이와 함께 어떤 것이 좋은 방안일지 얘기해 보면 좋겠다.

절충점으로 가족 캠핑을 한번 가는 것은 어떨까. 전기와 수도도 없이 자연과 벗하며 보내는 하룻밤은 많은 자극을 줄 것이다. 일방적 지시보다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책의 향기#어린이 책#옛날처럼 살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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