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영화 ‘아부의 왕’ 주연 송새벽 “아부도 좀 하면서 동글동글 살면 좋겠네요”

송새벽은 영화 ‘아부의 왕’에서 첫사랑 한채아를 향한 순정에 대해 “억지스러울 수 있지만 필요했던 장면 같았다”며 “개인적으로도 예쁜 한채아씨와 함께해서 좋았다”며 웃었다.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세상 좀 둥글둥글하게 삽시다!”

배우 송새벽(33)은 유난히 ‘둥글둥글’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나이가 들수록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삶을 살고 싶단다.

영화 ‘아부의 왕’을 찍으면서 ‘아부’에 대한 생각도 ‘둥글둥글’하게 변했다.

“남의 비위 맞추는 게 아부인데… 그까짓 비위 좀 맞춰주면 어때요? 상대방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데, 좋은 말 들으며 살면 좋잖아요.”

영화 ‘아부의 왕’은 눈치 없고 센스 없는 보험설계사 ‘동식’(송새벽 분)이 부모님의 사채를 갚기 위해 아부의 대가인 ‘혀고수’(성동일 분)를 만나 아부하는 법을 배우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부의 왕’이라는 제목 때문에 그저 웃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 그 속에는 샐러리맨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빚 때문에 겪는 애환이 잘 표현되어 있다.

직장 생활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송새벽으로서는 샐러리맨의 삶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많은 자문을 구했고, 오랜 고민 끝에 스크린 속 ‘동식’이가 탄생했다.

“어떻게 해야 직장인들의 삶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희 감독님이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었거든요. 감독님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죠.”

그렇다면 샐러리맨이 아닌 연기자들에게는 어떤 애환이 있을까.

“연기자들도 애환이 있을걸요. 물론 연기자들은 본인 스스로가 원해 배우가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스트레스가 덜해요. 하지만 일거리가 밥 세끼 먹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 단점이 있죠.”

송새벽은 이번 영화를 찍으며 아부의 비법 중 하나인 ‘경청하기’에 크게 공감을 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살을 한 배우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제가 잘 들어줘야 상대방도 제 말을 성심성의껏 들어줄 수 있잖아요. 연기자 후배의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어요. 제가 아는 후배는 아니지만 그 친구의 힘든 마음을 누군가 잘 들어줬더라면 그런 선택까지 했을지…. 정말 아쉽죠.”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주제가 ‘대화의 부재’로 넘어갔다.

“사람이 살면서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한데 좋은 덕담 나누듯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하며 살아가면 좋잖아요. 그게 빈말이라도 말이지요.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 그런 부분들이 없어진 것 같아요.”

그러면서 늘 아날로그가 일상이던 시대가 그립다고 강조했다.

“아날로그, 매력 있잖아요.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살기는 편해졌지만 마냥 좋진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해결하잖아요. 혹시 좋아하는 사람의 전화를 기다려 본 적 있으세요? 삐삐 메시지 때문에 가슴 두근거리며 공중전화를 향해 달려갔잖아요. 소박했지만 그 시절이 그립네요.”

인터뷰는 진지했지만 송새벽은 관객들에게 아부를 떨며 즐겁게 인터뷰를 마쳤다.

“날씨가 정말 덥네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있는 극장에서 시원한 영화를 보면 더운 여름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좋은 덕담 나누듯 주위 사람들에게 아부도 하면서 재미있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부의 왕’ 입소문 많이 내주세요.”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