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Life]작은 색소폰 ‘사푼’… 아일랜드 피리 ‘휘슬’… 주머니에 쏙, 내 마음에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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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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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길 부담없는 동반자, 소형 관악기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꿈 중 하나는 경치 좋은 여행지에서 풍경에 어울리는 멋진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악기의 크기가 문제다. 너무 덩치가 큰 악기는 여행길의 동반자가 아니라 짐이 된다. 요즘 들어 일반 기타 대신 우쿨렐레나 울림통이 작은 여행용 기타가 유행하는 이유다.

불어서 연주하는 관악기에도 이런 소형화 바람이 불고 있다. 동아일보 주말섹션 ‘O₂’가 가볍게 들고 떠나 언제, 어디서나 연주할 수 있는 이색 관악기에 대해 알아봤다.

○ 작은 색소폰 사푼

뱀부 사푼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뱀부 사푼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동네 둑에서 열심히 ‘내공’을 쌓았지만 무거운 색소폰을 가지고 다니기는 부담스럽다.” 이런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악기가 바로 미니 색소폰으로 불리는 사푼(Xaphoon·국내에서 통용되는 이름·영어로는 자푼이라고 읽음)이다. 이 독특한 악기는 소프라노 리코더 크기(30cm가 약간 넘음)에 불과하지만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섞은 듯한 깊고 풍부한 음색을 낸다.

사푼은 하와이에 사는 미국의 악기 연주자 브라이언 위트먼이 1970년대에 만들어냈다. 그는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새로운 악기의 재료로 삼았다. 휘트먼은 지금도 직접 사푼을 만든다. 그 모습은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푼은 2000년부터 플라스틱 사출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 대량 생산되면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됐다. 이런 플라스틱(ABS) 사푼은 주머니에 들어가는 색소폰이란 뜻에서 ‘포켓삭스(Pocket Sax)’란 상표명으로 시판됐다.

사푼은 테너색소폰 리드(read·관악기에서 소리를 내는 부분)를 끼워서 분다. 아예 색소폰의 마우스피스를 끼워 연주할 수도 있으나 마우스피스 값이 사푼 값(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10만 원 내외)만큼 비쌀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마우스피스를 끼운 제품은 리드를 쓰는 제품보다 더 색소폰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사푼의 가장 큰 장점은 크기가 작아서 언제, 어디나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악기를 수입, 판매하는 ‘유럽악기’의 전지표 이사는 언제나 사푼을 가지고 다닌다. “길을 가다 횡단보도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는 신호에 멈춰 섰을 때 한 소절씩 불지요.” 그는 “사푼은 웅장한 소리를 내거나 여러 가지 음역을 커버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하며, 관리가 쉽다”고 덧붙였다. 사푼은 리드를 쓰는 악기의 특성상 소리를 내는 데 연습이 좀 필요하지만 색소폰보다는 연주가 쉬운 편이다.

한편 사푼과 비슷한 크기의 미니 클라리넷과 미니 오보에란 악기도 있다. 미니 클라리넷은 리코더와 비슷한 운지법을 이용해 연주가 쉽다. 미니 오보에(그랄라·Gralla)는 현대 오보에의 원류인 중세 목관악기 숌(shawm)의 일종으로 스페인 카탈루냐가 고향이다. 태평소와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 초보자는 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 애잔한 정서를 담은 휘슬

휘슬은 그 이름 때문에 단순한 호루라기라고 오해받기도 한다. 사실은 영국제도(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의 전통 피리다. 구슬프고 애잔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독특한 소리를 낸다. 특히 역사적 굴곡(영국의 오랜 식민통치와 800만 인구 중 200만 명이 사망한 19세기의 대기근 등)이 많았던 아일랜드의 정서와 합쳐진 서정적 음색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타이타닉’과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의 음악에 쓰이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 가요에도 심심찮게 쓰이고 있다. 4남매로 이뤄진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 밴드 ‘코어스(The Corrs)’나 여성 그룹 ‘켈틱 우먼(Celtic Woman)’의 노래에 감초처럼 등장한다. 휘슬은 원래 나무로 만들었지만, 19세기 중엽부터 금속판으로 만든 제품이 대량 생산되면서 틴(Tin) 휘슬이란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에는 금속 외에 플라스틱 제품도 나온다.

가격이 싼 편이고 연주가 쉽다는 게 큰 장점. 유치원생도 20∼30분만 교육을 받으면 간단한 연주를 할 수 있다. C키와 D키 제품이 있는데, C키는 으뜸음(모든 구멍을 막았을 때 나는 소리)이 ‘도’이고 D키는 으뜸음이 ‘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부터 시작하는 음계에 익숙하다. 그렇지만 아일랜드 민요는 대부분 D키로 되어 있어 현지에선 D키 제품이 더 보편적이다. 반음처리가 리코더에 비해 다소 어렵다. 악기는 단순하게 생겼지만 연음이나 떨림 등 다양한 주법이 있다.

초등학생들은 1만5000원 정도의 제품을 써도 되지만, 성인들은 안정된 음정의 중가 제품(4만∼6만 원대) 이상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 ‘세상에서 제일 쉬운 악기’ 카주

누구나 쉽게 연주 가능한, 붕붕거리는 소리를 내는 카주. 아프리카 민속 악기가 기원이다.
누구나 쉽게 연주 가능한, 붕붕거리는 소리를 내는 카주. 아프리카 민속 악기가 기원이다.
카주(Kazoo)는 기분 좋은 붕붕거리는 소리를 내는 악기다. 그 기원은 목소리를 변조하거나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기 위한 아프리카 전통 악기에 있다. 19세기 미국에서 현대적 형태의 카주가 최초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그룹 ‘10cm’가 노래 ‘죽겠네’에서 연주해 널리 알려졌다.

카주는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쉬운 악기로 불린다. 별다른 연습이 필요하지 않다. 3세부터 99세까지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 붙는다.

그렇지만 특이하게도 그냥 바람만 불어넣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허밍을 하거나 ‘뚜뚜뚜’ 소리를 내며 말하듯 불어야 악기에 있는 반투명한 막이 떨리며 소리가 난다. 일종의 ‘음성변조기’인 셈이다. 보통 나팔과 비슷한 소리가 나는데 잘 불면 트롬본 소리로 착각할 수도 있다.

연주가 쉬운 만큼 값도 매우 ‘착한’ 편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은 3000∼6000원, 금속으로 된 제품도 1만 원 내외다. 기타나 우쿨렐레와 함께 연주하면 잘 어울린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도움말 및 촬영 협조=유럽악기·www.euromusic.co.kr  
#소형 관악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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