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2>난군인승(亂軍引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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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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亂: 어지러울 난 軍: 군사 군
引: 끌 인 勝: 이길 승

적군이 아군의 군대를 어지럽게 하여 승리를 거머쥔다는 말로 손자병법 ‘모공(謀攻)’ 편에 나오는데 특히 장수와 군주 사이의 역할 분담에 실패하게 될 때 이런 상황이 초래된다고 했다. 손자에 의하면 군주가 장수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될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 “군대가 진격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진군하라는 명을 내리거나 군대가 물러나서는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물러나라는 명을 내리는 경우다(不知軍之不可以進而謂之進, 不知軍之不可以退而謂之退). 둘째, “삼군(三軍·모든 군대를 의미)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의 군정에 참여하면 군사들은 미혹되게 된다(不知三軍之事, 而同三軍之政者, 則軍士惑矣). 셋째, “삼군의 권한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의 직책을 맡으려고 하면 군사들이 회의를 품게 된다(不知三軍之權, 而同三軍之任, 則軍士疑矣).”

손자의 말에서 중요한 것은 군주와 장수, 삼군 사이에 존재하는 ‘혹(惑)’과 ‘의(疑)’의 문제, 즉 신뢰 상실의 문제다. 전쟁에 있어 군주와 장수 사이에 틈이 벌어지고 화합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병폐가 아니라는 데 있다. 특히 군대의 진퇴 같은 것은 현장의 정황은 참전하고 있는 장수만이 알 수 있는데 관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물론 군주는 함부로 군대의 내부 문제에도 간섭하지 않아야 군대의 지휘계통에 혼란이 최소화된다.

그러므로 옛날의 훌륭한 군주는 장수를 싸움터로 보낼 때 꿇어앉아 수레바퀴를 밀어주면서 “궁궐 안의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궁궐 밖의 일은 장군이 처리하시오(곤以內者, 寡人制之 곤以外者, 將軍制之·사기 ‘장석지·풍당열전’)”라고 했다. 게다가 군공과 작위와 포상은 모두 궁궐 밖에서 결정하고 돌아와서는 보고만 하도록 했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란 말이 있다. 상대는 예측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망쳐 의외의 승리를 안긴 사례가 적지 않다. 어떤 조직이든 최고경영자의 어설픈 지식과 판단 착오에 근거한 주제넘은 관여가 조직을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난군인승#지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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