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3>애신태친 필위기신(愛臣太親, 必危其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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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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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 사랑할 애 臣: 신하 신 太: 클 태 親: 친할 친
必: 반드시 필 危: 위태로울 위 其: 그 기 身: 몸 신

믿는 사람을 더욱 경계하라는 말로 군주의 총애를 받는 신하의 권세나 지위가 높아지면 힘의 향방이 군주에게서 신하에게로 옮아가 군주의 신변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말이다. 한비자 ‘애신(愛臣)’ 편에 나오는 말이고 보충하면 이렇다. “대신을 너무 귀하게 대우하면 반드시 군주의 자리를 바꾸려 할 것이고, 왕비와 후궁을 차등 두지 않으면 반드시 적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며, 왕실의 형제들을 복종시키지 못하면 반드시 사직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人臣太貴, 必易主位; 主妾無等, 必危嫡子; 兄弟不服, 必危社稷).”

한비가 예로 든 신하와 왕비와 후궁 그리고 군주의 형제들은 모두 군주의 최측근에 있는 사람들로서 왕의 신임을 얻고 있는 자들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군주를 위험에 빠뜨리는 암적 존재라는 것이다. 하극상(下剋上)이나 내란, 형제간의 왕권 다툼, 처첩 간의 갈등 등등. 모든 것은 군주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 저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비는 현명한 군주라면 아무리 총애하는 신하일지라도 분수에 맞는 봉록과 권한만을 갖게 해서 사악한 마음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삼살인(曾參殺人)이란 말에서 자식의 효성을 믿었던 증삼의 어머니마저 이웃의 말 몇 마디에 일시적으로 와해되듯 의도적인 모함으로 모두가 해를 입을 개연성은 상존한다는 점이다.

형제나 처첩처럼 친하지 않은 군신관계에서 총애받는 신하의 모함으로 현인이나 성인이 목숨마저 위협당하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군주의 자리 역시 위태롭게 되는 일은 그리 괴이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는 곁에 있는 신하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저설상(內儲說上)’ 편에서 한비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를 통해 아무리 신임하는 신하라고 해도 측근들의 말에 의해 얼마든지 진실이 왜곡되고 심지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게 된다는 점을 입증한다. 군주는 총애하는 신하라는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자들의 말을 잘 새겨들어 자신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 늘 보이지 않는 적을 대비하려고 하지만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원중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한자#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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