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딱 맞는 연기자, SBS 새 드라마 ‘추적자’ 형사 열연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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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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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연기는 무슨… 20대 꽃미남과 차별화에 고심했을 뿐”

동네 고깃집에서 지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손현주는 “추적자가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힘을 주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네 고깃집에서 지인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손현주는 “추적자가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힘을 주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방영 첫 주부터 화제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미드(미국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등의 호평이 넘쳐난다.

SBS 새 월화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 얘기다. 이 드라마는 딸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 충격에 아내까지 잃은 형사가 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MBC ‘빛과 그림자’가 동시간대 터줏대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추적자’는 방영 2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에 근접했다.

이 드라마에서 가족을 잃은 형사 백홍석으로 열연하고 있는 손현주(47)를 31일 촬영이 한창인 경기 고양시 SBS일산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전날 새벽 촬영이 끝난 후 다음 날 아침부터 경기 여주군에서 야외촬영을 하느라 2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오랜만의 액션 연기 때문에 얼굴 이곳저곳에 흉터자국도 눈에 띄었다. 피곤해 보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드라마 초반의 인기에 대해 그는 “예상했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원래 월화 드라마는 꽃미남 꽃미녀가 나오는 데다 같은 시간대 ‘빛과 그림자’ 시청률이 20%를 넘어요.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했죠. 그런데 초반에 반응이 좋으니까 요즘은 ‘너무 들뜨지 말자, 초심을 잃지 말자’면서 서로 경계해요.”

추적자는 소시민이 부조리한 사건을 겪으며 재벌과 정치권력 등 거대세력과 대립하는 과정을 기둥 줄기로 하고 있다. 손현주는 처음 대본을 본 순간 “가슴에서 울컥했다”고 했다.

“너무 영화 같더라고요. 드라마 치곤 좀 ‘세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연출자에게 ‘이거 드라마로 만들 수 있겠어요?’ 하고 물었는데 역시나 내부에서 너무 세다는 판단이 나왔는지 보류가 됐죠. 그렇게 잊혀지는 줄 알았는데 4월 초에 기획에 들어가 4월 말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갑니다.”

형사 백홍석은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서민 종결자’라고 자처하는 손현주는 이번 극에서도 초반 1, 2회에서 특유의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에 더해 딸을 잃은 슬픔과 살인범에 대한 분노 등 희로애락을 오롯이 담아 보여줬다. 극 중 딸과 비슷한 또래인 실제 그의 딸은 울면서 “앞으로 너무 슬픈 작품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치면 ‘미친 연기’라는 단어가 따라 나온다.

“하하, 미친 연기는 무슨…. 모든 연기자가 미쳐서 연기하죠. 주연뿐 아니라 모든 조연이 자기 자리에 가장 적합하게 ‘간’을 맞춰 연기를 해줘야 서로 빛나는 거죠.”

극 중 재벌 사위이자 대권(大權)을 노리는 강동윤 역의 김상중과는 오랜 친구 사이다. 손현주가 ‘장밋빛 인생’ ‘조강지처 클럽’ 등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에 주로 출연했다면 김상중은 김수현 사단에 속한다. 그만큼 연기 스타일도 다르다. 연기 대결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전혀. 연기 대결이라는 건 굉장히 미숙한 생각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면 조화가 무너지고 드라마가 산으로 가요. 김상중이 극의 중심에 버티고 있으니까 작품이 산다고 생각해요. 그 친구와 이 작품에서 만난 것도 복이죠.”

추적자에는 손현주와 김상중 외에도 유독 30대 후반에서 40대의 배우가 많다. 그는 화려한 스타가 없어도 진정성이 통하는 작품을 보여주자고 동료 연기자들과 다짐했다면서 “이번 작품을 계기로 중장년 연기자가 설 자리가 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제부턴가 나이 든 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이 줄었죠. 그래서 저희는 이번 작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꽃미남 없이 중장년만으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웃음).”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추격자#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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