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카리스마 보듬은 앙상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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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

프랑스 작곡가들의 실내악 작품들은 청각 못지않게 후각과 시각도 일깨운다. 그 독특한 향기와 색채감은 입가에 머금은 좋은 와인의 향기나, 미술관에서 보낸 여유 있는 오후같이 다가오기도 한다. 24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가 가브리엘 포레와 세자르 프랑크의 실내악을 연주했다. 드뷔시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금호아트홀에서 기획한 시리즈 공연의 일환이었다. 포레의 피아노 4중주 1번과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 규모 면에서 비중 있는 두 작품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피아노의 손열음을 위시해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 비올리스트 박새록, 첼리스트 심준호가 무대에 올랐다.

포레의 피아노 4중주 1번은 브람스의 실내악을 연상시키는 두터운 질감으로 다가왔다. 손열음의 타건이 만들어 내는 피아노 음은 때글때글한 입방체였다. 만져질 듯 명료한 피아노는 전체의 흐름을 다잡아 나갔다. 2악장 스케르초에서도 4중주라기보다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를 블렌딩한 음과 피아노의 2중주처럼 느껴졌다. 느린 3악장은 촛불 하나 켜둔 오두막의 정취를 불러일으키듯 인상적이었다. 권혁주의 바이올린은 템포가 빨라지지 않도록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약동하면서도 서정적인 마지막 악장에서는 악기 각각의 대화 속에서 포레 특유의 따스한 정서가 잘 살아났다.

인터미션 후 프랑크의 피아노 5중주에서는 제2바이올린에 김지윤이 가세했다. 듣는 이에게 아첨하지 않는 고고한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이 곡에서 손열음의 피아노는 강렬했다. 루가노 페스티벌에서 실내악을 연주하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카리스마를 연상시켰다. 두 곡 중 앙상블은 이 곡에서 더욱 탄탄하게 조여졌다. 현대음악을 연상시키는 3악장의 불안한 정서는 키를 잡은 듯한 권혁주의 바이올린에 의해 균형을 잡았다. 젊은 연주자들의 연주답지 않은 노련함이 느껴졌다.

커튼콜 뒤 손열음은 전날이 기일이었던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에게 앙코르를 바친다고 말했다. 피아노 5중주로 편곡한 포레의 ‘파반’이었다. 덧없어 보이는 인생과 음악이 가진 영속성이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공연 리뷰#음악#클래식#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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