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 강강술래, 은산별신제 같은 무형문화유산을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낸 것을 지금도 보람있게 생각합니다. 강강술래는 세계무형문화유산에도 이름을 올렸으니 더 기쁘지요.”(임동권 전 문화재위원·86)
30일 오전 서울 중구에 소재한 전통음식점 ‘한국의집’에서는 문화재위원회 발족 5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1962년 4월 16일 유형·무형·천연기념물 등 3개 분과의 17명으로 발족해 50년 전 이날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위원회는 문화재청의 자문기구로 국가지정(등록)문화재 지정과 해제, 문화재 주변 현상 변경, 문화재 국외 반출, 세계유산 등재 등 문화재 관련 주요 안건을 조사 심의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반세기가 흐르면서 지금은 9개 분과 80명의 문화재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문화재위원을 보좌하는 전문위원도 148명이나 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한 원로 위원들이 참석해 문화재 발굴에 얽힌 일화를 털어놓으며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전상운 전 문화재위원(84)은 “1980년대 경북 경주에 있는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녹음할 때 경찰의 협조를 얻어 반경 2km 내에서는 차량통행을 금지했는데 개구리 울음소리 때문에 처음엔 실패했다”며 “여러 차례 시도해서 성공한 덕분에 많은 국민이 단아한 소리를 듣게 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뉴세문경 뒤에 그어져 있는 줄의 개수를 세는 작업도 진행해 1만3000개나 되는 줄이 0.3mm 간격으로 있다는 것을 밝힌 얘기도 들려줬다.
정영호 전 문화재위원(78)은 “단양적성비와 중원고구려비를 발굴한 것을 인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며 “위원회 초기에는 문화재위원만 있고 전문위원이 없어 문화재 관련 보고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문화재위원뿐 아니라 전문위원들의 전문성 제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송 전형필 선생과의 인연, 강원 양양군 진전사(陳田寺) 터 발굴에 얽힌 얘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무형문화재를 쫓아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했던 이두현 전 위원(88)은 “봉산탈춤 강령탈춤 등 북한지역의 무형문화재까지 남한에서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정양모 전 위원(78)은 “경남 창원 다호리 유적지가 발견되기 전, 이곳에서 몰래 파낸 유물을 누군가가 팔려고 했을 때 이건희 삼성 회장이 조건 없이 도와줘 구매할 수 있었다”며 “이들을 역추적해 한국 고고학계의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는 다호리 유적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김찬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에 10회 이상 위촉돼 약 20년간 활동한 임동권(86·민속학) 원병오(83·조류학) 안휘준(72·미술사) 이두현(88·민속학) 전상운(84·과학사) 정양모(78·도자사) 김훈수 전 위원(89·동물학)과 작고한 예용해(전통공예) 김원룡(고고미술사) 성경린(국악) 진홍섭(미술사) 이창복(식물분류학) 임창순(서지학) 황수영(미술사) 최영희 전 위원(한국사) 등 15명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행사에서 이인규 문화재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문화재 보호는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핵심 활동임을 인식하고 모든 국민이 능동적으로 동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재위원회는 ‘국가유산 보호와 진흥을 위한 문화재위원회 선언문’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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