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코록을 아는가” 김창완밴드 도발

  • 동아일보

공연장 현장사운드 잡은 2집앨범 ‘분홍굴착기’ 내놔

“‘이 노래야말로 세상에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창완은 “신곡 ‘금지곡’은 심의 탓에 산울림 1집 전곡 가사를 고쳤던 내가 심의위원 연배가 돼 던지는 반문”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창완 밴드 멤버 염민열(기타) 이상훈(건반) 최원식(베이스) 강윤기(드럼) 김창완(보컬·기타).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이 노래야말로 세상에 나와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창완은 “신곡 ‘금지곡’은 심의 탓에 산울림 1집 전곡 가사를 고쳤던 내가 심의위원 연배가 돼 던지는 반문”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창완 밴드 멤버 염민열(기타) 이상훈(건반) 최원식(베이스) 강윤기(드럼) 김창완(보컬·기타).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위험한 발상이었다.”(황병준 엔지니어) “악기 소리가 서로 간섭하며 섞여드는 것조차 음악의 재료가 됐다.”(이재훈 엔지니어) “멤버들도 연주하면서 깜짝 놀란 의외성이 나왔다. 독창성을 훼손할까봐 재녹음을 안 했다.”(최원식 베이시스트)

밴드 연주의 날선 소리는 서로 부딪쳐 굉음을 낸다. 김창완의 보컬은 어느 때보다 ‘날것’이다.

산울림 출신 김창완이 이끄는 김창완밴드가 최근 발표한 2집 앨범 ‘분홍굴착기’는 도발에 가깝다. 우리나라 정규 음반 녹음 사상 최초로 스튜디오가 아닌 관객 없는 공연장에서, 모든 악기가 동시에 연주를 하는 현장음을 잡아 앨범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정규 앨범 녹음은 스튜디오에서 드럼, 베이스, 기타 등 각각의 악기가 따로 녹음한 것을 합치는 식으로 진행돼왔다. 정규 앨범을 다른 말로 ‘스튜디오 앨범’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창완은 독특한 이번 작업에 대해 “35주년을 맞은 산울림을 기리는 뜻도 있지만 보다 발전적인 코리안 록의 지평을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곡 ‘금지곡’을 제외한 11곡은 산울림의 원곡을 리메이크해 담았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꿈이야 생각하며 잊어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옷 젖는 건 괜찮아’ 등을 새로운 연주와 노래로 실어냈다.

편집 없이 이처럼 ‘원 테이크 라이브’ 방식을 택한 데 대해 김창완은 “원곡 발표 당시 정제되지 않은 연주에 담겼던 긴장과 설렘을 조금이나마 따라잡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녹음 스튜디오를 대체한 것은 1232m³(가로 11m, 세로 16m, 높이 7m) 규모의 서울 마포구 신정동 공연장 CJ아지트. 그가 평소 신인 발굴의 장으로 삼던 공간이다. 이곳 천장에 마이크를 매달고 연주한 것이 그대로 앨범이 된 셈이다. 독창적 방식에 따른 기술적 문제는 올 2월 제54회 그래미시상식에서 클래식 부문 최우수 기술상을 받은 황병준 엔지니어와 그의 파트너 이재훈 엔지니어가 극복했다.

김창완은 “CJ아지트를 녹음 장소로 잡은 것은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음악을 하는 후배 뮤지션들과 소통하는 현장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앨범 제목인 ‘분홍굴착기’에도 힘겨운 뮤지션들의 행보가 상징으로 녹아들었다.

“새벽부터 일하는 굴착기의 모습이 밤낮없이 일하는 뮤지션들의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 행위가 흔적 없이 무위로 끝나지 않는가 하는 좌절감을 분홍으로 표현했습니다.”

앞으로 김창완은 음악의 장을 또 다른 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CJ아지트에서 뮤지션과 지역 사회를 잇고자 마련한 ‘우르르 음악여행’ 네 번째 순서로 26∼28일 강원 평창군의 감자꽃 스튜디오에서 서울 인디 뮤지션과 현지 뮤지션들을 어울러 창작곡 녹음도 진행한다. 김창완밴드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이달부터 전주와 춘천, 하남, 포천, 여수 등을 돌며 콘서트를 펼친다. 7월에는 대형 음악축제인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무대에 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나코록#김창완밴드#분홍굴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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