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교수 새 책 “시장사회가 도덕의 가치를 훼손시킨다”

  • Array
  • 입력 2012년 4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출간

한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새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와이즈베리·사진)이 24일 출간됐다.

책에서 샌델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경제에 대한 개혁 논의가 이뤄졌지만, 주로 시장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규제할 것인지에만 집중했다”며 “하지만 이젠 시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시장이 우리의 삶과 사고방식, 도덕적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절시킨다면,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이를 더는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전 세계가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 과거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던 영역까지도 돈과 시장이 개입되면서 그 가치가 변질됐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한 어린이집은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가 많아지자 벌금제도를 도입했는데, 이후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가 오히려 늘었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 느꼈던 죄책감이 요금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변질됐다는 것. 또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상으로 돈을 주면 단기적으로 아이의 독서량은 늘어나지만 아이는 독서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샌델 교수는 시장논리가 초래한 도덕적 폐해를 보여주며 “성, 입학자격, 환경, 교육 등 시장논리가 도입되면 원래의 가치와 목적이 훼손되는 재화의 경우 절대 시장에 맡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올 봄학기부터 하버드대에서 새 책의 내용을 토대로 ‘시장과 도덕’을 강의하고 있다. 올 1월 18일에는 본보와 채널A,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기획한 공개 특강 ‘공생발전과 정의’를 통해 시장 지상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마이클 샌델#시장가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