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런웨이 위의 열정으로…’에세이집 낸 간호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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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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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열정이 날 끌어당겨 치대 그만두고 의상학과로

학생들이 그에게 보내온 편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열정’이었다. 누가 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게 보인다는 것. 간호섭 교수는 “성공스토리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열정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salt@donga.com
학생들이 그에게 보내온 편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열정’이었다. 누가 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게 보인다는 것. 간호섭 교수는 “성공스토리가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열정 이야기를 책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salt@donga.com
3일 서울 홍익대 홍문관에서 만난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어김없이 밝은 표정으로 기자를 반겼다. 손에는 ‘런웨이 위의 열정으로 패션을 완성하라’는 그의 책이 들려 있었다. 지난달 나온 그의 첫 자전적 에세이집이다. 간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회에 걸쳐 위크엔드3.0에 ‘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를 연재했다.

그는 “내가 글로벌 스타는 아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오기까지 요즘 젊은층처럼 똑같이 불안한 시절을 보냈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앞길이 막막한 그 누군가들과 공감하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간 교수를 아는 사람은 세 가지에 놀란다. 첫째, 피곤한 기색 없이 늘 에너지가 넘친다. 둘째, 잠깐 스친 사람들도 모조리 기억하고 밝게 인사를 건넨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2000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셋째, 끊임없이 새롭게 변신한다.

2006년 간 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에는 패션디자이너로서 아모레퍼시픽 남성화장품을 총괄 기획해 화제였다. 3년 후인 2009년에는 서울 중구 명동 ‘눈스퀘어’의 오픈식 때 만났다. 당시 줄줄이 망해 ‘저주받은 쇼핑몰’로 불리던 그곳에 새로운 옷을 입힌 컨설턴트였다. 그는 주한 스웨덴대사관 측과의 인연으로 국내에 없던 스웨덴 패션브랜드 H&M을 들여오기도 했다.

요즘은 인기 케이블TV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멘토로 유명하다.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간 교수는 때로는 독설가로, 때로는 자상한 조언가로 활약한다. 그의 책에는 이처럼 패션 디자이너로서, 교수로서,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모습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가득하다.

간 교수는 “모든 일은 계획했던 게 아니라 하나씩 해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라며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우연이 필연이 되면서 예기치 않은 프로젝트들이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자신이 패션 디자이너이자 교수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비록 부모님이 말려도 기어코 레이스 양말과 빨간색 샌들을 신고 유치원에 갈 만큼 못 말리는 패션광이었지만 엄격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그는 의사를 ‘장래희망’으로 여겼다. 실제 치과대학에 입학도 했다. 하지만 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고, 어린 시절을 돌아보자 모든 것이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수렴돼 왔음을 깨달았다.

간 교수는 “남자가 패션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마케팅’을 공부해서 기업에 들어가라고 했다”며 “하지만 한번 패션디자인이 내 길이라는 확신이 들자 그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새롭게 들어간 성균관대 의상학과에서 학점 4.33(4.5 만점)으로 우등생이 됐고, 석사를 받은 미국 필라델피아 드렉슬대에서도 3.93(4.0 만점)으로 최우수 졸업생상을 받았다.

간 교수는 “믿음, 소망, 사랑이 우리집 가훈이었다. 패션에 대한 열정을 믿었고, 패션으로 삶을 영위하길 소망했고, 지금도 패션을 사랑하고 있다”며 “패션을 통해 가훈을 이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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