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2>불황의 美백화점,디자이너-스타와 손잡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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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화점업계 1위 업체인 ‘메이시스’는 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브랜드 ‘임펄스’를 내놓았다. 이탈리아의 쿠튀르 디자이너 잠바티스타 발리와 메이시스의 ‘임펄스’가 협업한 제품. 조엘 킴벡 씨 제공
미국 백화점업계 1위 업체인 ‘메이시스’는 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컬래버레이션 브랜드 ‘임펄스’를 내놓았다. 이탈리아의 쿠튀르 디자이너 잠바티스타 발리와 메이시스의 ‘임펄스’가 협업한 제품. 조엘 킴벡 씨 제공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미국의 백화점은 이제 끝났다고. 백화점은 더 이상 고객들에게 환상을 주지도 못하며, 감동이 사라진 지도 오래라고. 그러다 어느 날, 누구도 백화점에 가게 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극단적인 시각일지는 모르지만 사실 미국 백화점 업계에 몸을 담고 일하는 이들조차 백화점의 미래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장기화된 미국의 경기 불황이 리테일 업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백화점에 가장 큰 타격을 안겼기 때문이다. 점포를 확대하며 몸집을 불렸던 거대 백화점 체인들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관련된 시도들은 일부 고정비용은 줄일 수 있게 했지만 매출 신장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요즘의 불황은 대공황 때와 달리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달라졌을 뿐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백화점 업계의 평가다. 이에 맞춰 미국 백화점들이 눈을 돌리게 된 분야가 근래 몇 년간 유명 제조생산일괄형(SPA) 브랜드 등이 시도해 쏠쏠한 재미를 본, 유명 패션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다.

칼 라거펠드를 필두로 랑방, 빅터 앤드 롤프, 소니아 리키엘 그리고 6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마르니까지, 매 시즌 유명 디자이너를 게스트 디자이너로 영입한 스웨덴의 SPA브랜드 ‘H&M’이 대표적 롤모델이다. 또 프로엔자 스쿨러, 제이슨 우, 타쿤, 로다르테 등 뉴욕 패션 위크를 대표하는 신예 디자이너들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대형 양판점 ‘타깃’의 성공사례는 백화점 업계에 큰 자극제가 되었다.

특히 미 전역에 8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백화점 업계의 1인자 메이시스에 그 영향이 크게 미쳤다.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의 프라이빗 브랜드군 이외에 컬래버레이션을 위한 별도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까지 협업 전략에 전력투구하는 양상이다. ‘임펄스(Impulse)’라 이름 지어진 이 메이시스의 컬래버레이션 브랜드는 게스트 디자이너로 프랑스 패션 하우스 ‘샤넬’의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드를 기용했다. 또 영국 디자이너 매튜 윌리엄슨, 이탈리아의 쿠튀르 디자이너 지암바티스타 발리와도 협업했다. 이번 시즌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디자이너인 두리 정을 기용해, 그만의 베이직하면서도 미니멀한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바니스뉴욕’이 팝가수 레이디 가가와 협업한 스토어 내부. 조엘 킴벡 씨 제공
‘바니스뉴욕’이 팝가수 레이디 가가와 협업한 스토어 내부. 조엘 킴벡 씨 제공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과 함께 선보이는 메이시스의 임펄스 브랜드는 매 시즌 그 성장세가 200%를 상회한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다음 시즌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여성복 디자이너 ‘알베르타 페레티’를 영입하기로 했다.

뉴욕 패션 피플의 성전(聖殿)으로 불리는 ‘바니스 뉴욕’ 또한 일찍부터 프라이빗 브랜드 육성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백화점이 직접 발주하는 최고급 남성 슈트라인과 여느 패션 브랜드에 뒤지지 않을 만큼 트렌디한 캐주얼 ‘코압(COOP)라인’은 이미 백화점 매출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바니스 뉴욕의 여성복 디렉터 줄리 길하트가 중점적으로 육성한 가방과 소품은 이미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초에는 매디슨 애비뉴의 본점 한 층 전체를 리뉴얼하면서 유명 가수이자 패션 아이콘인 레이디 가가와 협업했다. 레이디 가가의 영감이 들어간 다량의 패션 관련 아이템들을 론칭한 것이다.

버그도프 굿맨과 니먼 마커스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스타일리스트 레이첼 조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그의 이름을 건 시그니처 컬렉션을 독점 판매했다. 또 다른 거대 백화점 체인인 삭스 핍스 애비뉴는 인기 드라마 ‘가십 걸’의 등장 배우들과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찍이 대공황을 이기기 위해 ‘뉴딜 정책’을 썼다. 백화점 업계의 컬래버레이션도 또 다른 버전의 ‘뉴딜 정책’이라 할 만하다. 현대적 의미의 불황을 이기기 위한 미국 백화점 업계의 노력이 그만큼 절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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