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뒤에 숨은 섬뜩한 진실… 토탈미술관 ‘Afterwards’전

  • 동아일보

2014년 구블코퍼레이션은 사용자의 생각에 의해 작동되는 획기적인 컴퓨터를 개발한다. ‘G마인드’를 머리에 쓰면 컴퓨터의 전 기능을 손쉽게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을 녹화할 수 있어 기억의 왜곡을 피할 수 있다. 시연회에 나온 대표는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말솜씨와 태도로 개인의 가장 내밀한 생각까지 통제될 것이라는 비판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신기술 덕에 역사상 가장 평등한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장담한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이스라엘의 비디오아트를 소개한 ‘Afterwards’전에 선보인 작품이다. 미리 세갈과 오르 에벤 토브는 ‘세르게이 B’란 작품에서 현실을 살짝 비틀어 기술의 편리함 뒤에 감춰진 섬뜩한 진실을 바라보게 한다.

한-이스라엘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 전시는 시갈리트 란다우, 다나 레비, 타미르 자도크 등 9명의 작업을 조명했다. ‘미술은 문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브루스 나우먼의 말처럼 작품마다 정치 사회 역사 문화 등 현대사회에 던지는 여러 질문을 다양하게 아우르고 있다. 일부러 스캔들을 조작해 명성을 얻는 큐레이터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샤르하르 마르쿠스의 ‘큐레이터’, 가자지구에 운하가 건설됐다는 가상 상황을 다룬 자도크의 ‘가자 운하’, 큐브의 안팎에 감옥에 갇힌 죄수를 투사한 벤 하가리의 ‘우리에게 자유를’, 홀로코스트의 슬픔을 시적으로 표현한 샤하프 야론의 ‘때가 되었다’ 등. 작품들의 밀도가 높다. 02-379-703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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