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우리는 석성브라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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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사무실 겸 연습실.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조윤석·37)이 들어오더니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39)에게 악보 하나를 건넨다. 브라질 곡 '투두 벵(Tudo Bem)'. 보면대 위를 슥 훑어본 조윤성이 가벼운 손길로 재즈 코드를 짚어낸다.

검정 뿔테 안경, 남미음악 사랑, 받침 하나 차이인 이름까지….

두 사람 닮은 점이 꽤 있다. 조윤성은 지난 연말 나온 루시드폴의 5집 '아름다운 날들'에서 세 곡의 편곡과 한 곡의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 세련된 관현악 편곡과 연주가 루시드폴의 소박하지만 빼어난 멜로디를 만나 참신한 조화를 이뤄냈다.

탄력 받은 이들, 공연장에서 좀 더 적극적인 '화학 반응'을 실험하기로 했다. 다음달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루시드폴 with 조윤성 세미-심포닉 앙상블'이라는 제목으로 '투톱' 공연을 연다. 기자를 만난 날, 브이넥 티셔츠와 카디건 차림에 비슷한 가방까지 맞춘 듯 메고 온 둘은 혈액형도 A형으로 같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유)희열 형한테서 소개받았어요. (조)윤성 씨 귀국했을 때 저는 마침 새 앨범 작업을 함께 할 파트너를 찾고 있었죠. 희열 형이 그러더라구요. '한 번 만나봐라. 다만, 음악적인 기반이랑 성향이 너무 다르니 조심하고.'"(조윤석)

의외로 둘은 죽이 잘 맞았다. 남미 음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둘을 더 단단히 얽어맸다. 1년 반 동안 EBS 라디오 '세계음악기행'을 진행한 조윤석은 브라질 음악 마니아로 유명하다. 조윤성은 열네 살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해 거기서 클래식 피아노와 탱고를 전공했다.

"제가 윤석 씨에게 남미음악을 더 많이 배웠어요.(웃음) 재즈, 팝, 전통음악 등 다양하게 꿰고 있더군요. '오랫동안 훌륭히 활동한 기반에는 끊임없는 연구가 있었구나' 하며 탄복했죠."(조윤성)

"뉴스와 정치 토론 프로그램 시작할 때도 탱고가 나오고 성냥갑만 있어도 흔들며 노래하는 나라"에서 자란 조윤성은 28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전 세계에서 격년으로 단 7명만 선발한다는 셀로니어스 몽크 재즈 인스티튜트에 들어갔다. 허비 행콕, 웨인 쇼터, 존 스코필드 등 재즈 대가들을 사사한 그도 루시드폴 음악을 처음 접하고 놀랐다고 했다. "한국 대중음악에 잘 안 쓰이는 화성과 리듬 패턴이 많았죠. 편곡자 입장으로 보면 '옷걸이가 좋다'고나 할까요."

둘은 이번 공연에서 루시드폴 5집에서 공동 작업한 곡을 비롯해 루시드폴의 옛 노래들, 남미 음악 등을 함께 재편곡해 선보인다. 소규모 관현악과 드럼, 베이스, 피아노, 기타가 함께 하는 편성이다. 조윤성의 피아노, 조윤석의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완성하는 '듀엣곡'들도 있다.

"스페인어 잘 하시니까 노래 한 곡 뽑아보는 건 어때요?"(조윤석) "노래가 운전이라면 전 면허도 없는 수준…. 크핫."(조윤성)

그러고 보니 두 살 차 '석'과 '성', 서로 꼬박꼬박 존댓말을 쓴다.

"글쎄. 서로 이게 편해요. 제가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 것 같기도…."(조윤성)

"지난해 알코올 75도짜리 술을 같이 마셨어요. 완전 필름 끊겼는데도 다음날 오전 8시에 도착한 공손한 문자 메시지…. '속은 괜찮으세여?'"(조윤석)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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