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정치-북한 풍자시 4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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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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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하는 일은 반드시 오른손이 알게…
할아버지도 돼지, 아버지도 돼지, 손자도…

시인 최영미(51·사진)가 정치 풍자시 4편을 발표했다. 계간 문학지 ‘문학의 오늘’ 봄호에 실린 이 시들에는 국내 정치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풍자와 조롱으로 가득하다. 2005년 펴낸 시집 ‘돼지들에게’(실천문학사)에서 탐욕적인 지식인들과 지도층을 힐난했던 그가 오랜만에 다시 현실에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시 ‘정치인’은 정치인들의 이중성을 비판한다. ‘왼손이 하는 일은 반드시 오른손이 알게 하고,/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돌 하나도 옮기지 않는 여우들’로 정치인을 그리며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장애아동의 손을 잡으며,/윤기 흐르는 목소리로//고통을 말하며/너는 어쩜 그렇게 편안할 수 있니?’라고 꼬집는다. 시 ‘한국의 정치인’에서도 정치권력을 비꼰다. ‘대학은 그들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기업은 그들에게 후원금을 내고/교회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병원은 그들에게 입원실을 제공하고/….’

시인의 ‘독설’은 남북관계로 옮아간다. ‘북조선에서는 잘 우는 사람이 출세하고/남한에서는 적당한 웃음이 성공의 비결’(‘닮은꼴’)이라며 남북한 사람들의 처세술을 비꼰다. 북한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은 한층 직설적이다. ‘할아버지도 돼지. 아버지도 돼지. 손자도 돼지.//돼지 3대가 지배하는 이상한 외투의 나라’(‘돼지의 죽음’)

최 시인은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이 왔다”며 “선동적인 언사와 행동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어야 하는 정치인들의 숙명이 안타까우면서도 비판적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올해 등단 20년을 맞은 최 시인은 “문학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지난달 말 미국 보스턴으로 한 달 반 일정의 취재 여행을 떠났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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