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분간 무대세트 62회-의상 350벌 교체, 그 뮤지컬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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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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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웨이 최대 히트작 5월 31일 한국 상륙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착하고 예쁜 남쪽 마녀(왼쪽)와 사악하고 못생긴 서쪽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어 유쾌한 웃음을 안겨주는 뮤지컬 ‘위키드’. 앤드루 리치에 제공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착하고 예쁜 남쪽 마녀(왼쪽)와 사악하고 못생긴 서쪽 마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어 유쾌한 웃음을 안겨주는 뮤지컬 ‘위키드’. 앤드루 리치에 제공
2003년 초연 이후 9년째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흥행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히트작 ‘위키드’가 마침내 국내에 상륙한다. 5월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무기한 공연에 들어간다. 이번 공연은 호주 배우들로 이뤄진 호주 프로덕션의 내한 공연으로 완성도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에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7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의 그랜드시어터에서 이 프로덕션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뮤지컬 넘버들의 제목을 키워드 삼아 국내 예비 관객을 위한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 원더풀(wonderful)

볼거리 많은 작품을 선호하는 관객에겐 한마디로 ‘원더풀’한 작품이다. 무대 세트의 다양한 운용은 스펙터클 뮤지컬의 대명사 ‘오페라의 유령’을 뛰어넘는다. 2시간 45분(쉬는 시간 15분)의 공연 동안 무대 세트가 62차례 바뀐다. 조명 변화까지 포함하면 594회로 15초에 한 번씩 무대에 변화를 주는 셈이다. 2003년 토니상을 포함해 2004년 외부비평가상, 2009년 호주 펠프먼상에서 무대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1막 끝에 주인공인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에서 빛줄기가 수십 개로 갈라지며 퍼지는 조명도 장관이다. 34명의 배우가 한 작품에서 사용하는 의상이 350벌. 8번이나 옷을 바꿔 입는 배우도 있다.

# 왓 이즈 디스 필링(What is this feeling?)

국내 공연 시장에선 남자배우의 매력이 흥행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다. 하지만 이 작품엔 매력 만점의 남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여배우 둘이 극을 끌고 간다. 국내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지금까지의 기존 대형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두 여주인공은 매력적인 외모로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공주’ 글린다(수지 매더스)와 녹색 피부 때문에 친구 한 명 없는 ‘왕따’ 엘파바(제마 릭스)다.

‘건국신화가 없는 미국의 건국신화’로까지 불리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을 모르고 보면 웃음 포인트를 놓치고 어리둥절하기 쉽다. 그 대신 이 동화에 정통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관람하기엔 좋은 가족 뮤지컬이다.

# 더 위저드 앤드 아이(The wizard and I)

‘오즈의 마법사’는 캔자스 주 농장에 살던 도로시라는 소녀가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오즈라는 환상의 공간에 떨어지고 허수아비, 깡통 인간, 겁쟁이 사자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간다는 내용. 그러나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키드’는 이 ‘오즈의 마법사’의 내용을 뒤집거나 비튼다. 영어 제목 자체가 ‘사악한’ 또는 ‘짓궂은’이란 뜻이다.

허수아비와 깡통 인간, 겁쟁이 사자의 정체, 도로시가 신게 되는 빨간 구두의 사연도 밝혀진다. 극 막판 오즈의 마법사(버트 뉴턴)의 숨은 사연이 드러날 때 객석에서 터지는 폭소의 강도가 엄청났다. 싱가포르 공연에서는 ‘오즈의 마법사’ 내용을 잘 모르는 관객이 많은 탓인지 브로드웨이 공연 때보다 웃음을 터뜨리는 횟수가 훨씬 적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 포퓰러(popular)

극중 글린다가 부르는 노래 ‘포퓰러’는 ‘공주병 환자’의 허영심과 친구에 대한 애정을 적절하게 섞어 표현한 인기 넘버다. 전체 21곡으로 구성된 스티븐 슈워츠 작사 작곡의 뮤지컬 넘버는 2005년 미국 그래미상 베스트 앨범상을 받았고 200만 장 이상 팔렸다.

영국 웨스트엔드,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 등 공연하는 곳마다 위키드는 인기 폭발이다. 멜버른 공연 때는 시 전체 인구 250만 명의 5분의 1인 50만 명이 관람했다. 브로드웨이 거슈윈 극장은 매주 170만 달러(약 20억 원)를 벌어들인다. 세계적으로 3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25억 달러(약 3조 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국내 공연은 28일부터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 5만∼16만 원. 1577-3363

싱가포르=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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