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차 한 잔]‘한국의 샤머니즘…’ 펴낸 이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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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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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 신화 세계로 날고자 하는 인류의 그리움”

이부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융 심리학으로 샤머니즘을 풀어 낸 50여 년의 연구를 총정리해 책으로 묶었다. 한길사 제공
이부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융 심리학으로 샤머니즘을 풀어 낸 50여 년의 연구를 총정리해 책으로 묶었다. 한길사 제공
전 세계에서 샤머니즘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지만 서구에선 샤머니즘에 관한 책이 꾸준히 나온다. 점술이 믿을 만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점집을 찾는다. 이유가 있을까.

이부영 서울대 명예교수(80)는 최근 출간한 ‘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한길사)에서 “샤머니즘은 합리주의와 이성의 건조한 지대를 뚫고 나와 저 신화적 세계로 비상하고자 하는 인류가 가진 오랜 그리움의 발현일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샤머니즘의 외형뿐 아니라 그 본질과 정신이 보존·계승돼야 한다”고 말했다. 샤머니즘을 통해 무의식의 깊은 뿌리에 있는 심적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를 정년퇴임하고 분석심리학 전문수련기관인 한국융연구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는 50여 년에 걸친 자신의 샤머니즘 연구를 총정리한 책. 서울대 석사학위논문(1961)으로 시작해 스위스 융연구소 수료 논문,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강의 원고, 그 밖에 40여 편의 논문과 새 원고를 모았다. 이론적 연구뿐 아니라 굿판을 관찰하고 정신병 환자들의 임상 사례를 분석해 입무 과정, 정신병의 주술적 치료, 빙의현상, 샤머니즘이 한국인의 성격에 끼친 영향 등을 망라하는 방대한 연구 결과를 담았다.

그는 1959년 스승의 권유로 무당에 대한 석사논문을 쓰면서 샤머니즘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무속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처음엔 강신무(降神巫)의 무병(巫病)을 질병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무병을 특정 증후군으로 규정짓기엔 부적합하고 종교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 후 스위스 융연구소에서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을 접하면서 신경정신과 의사와 분석심리학자 모두의 시각으로 샤머니즘을 바라보게 됐다.

“샤머니즘의 외형적 현상은 인간 마음속 무의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행동의 원초적 조건인 원형(原形)은 샤머니즘 같은 원시종교, 신화와 민담 등에서 나타나지요.”

인류 역사에서 점을 치려는 심리는 완전히 없앨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과학이 발달해도 자신의 무의식을 완전히 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점복의 심리는 의식 너머의 세계, 즉 무의식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의식이 존속하는 한 그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물론 그 미지의 세계를 전통적인 점술이 분명히 밝혀줄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융 심리학이 샤머니즘 연구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묻자, 이 교수는 “융의 분석심리학에서는 종교현상을 인간의 원초적 조건으로 본다”며 “샤머니즘뿐 아니라 다양한 종교현상을 꿰뚫는 공통된 원형상을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이제 샤머니즘에서 노자로 고개를 돌렸다. 노자의 도덕경을 융의 분석심리학 관점에서 서술한 책을 올해 안에 출간할 계획이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샤머니즘#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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