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나라 온 듯한 환상적 무대… 로미오와 줄리엣 ★★★★
◇용기-희망 버무린 맛있는 무대… 고추장 떡볶이 ★★★★
로미오와 줄리엣 세종문화회관 제공(위), 고추장 떡볶이 학전 제공
《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볼만한 공연을 찾아본다면? 서울시극단이 스타 연출가 양정웅 씨에게 맡겨 제작한 ‘로미오와 줄리엣’과 극단 학전의 대표 레퍼토리 어린이 공연 ‘고추장 떡볶이’, 두 작품은 ‘아이들용’을 넘어 부모도 함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가족극으로 손색이 없다.》 ○ 어린이의 눈길 끄는 세련된 무대
양정웅 연출의 특징인 예쁜 미장센은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한층 강화됐다. 메인 무대는 노란 색종이를 펼친 듯하고, 중간에 등장하는 발코니는 빨간 색종이를 접어 만든 느낌을 준다. 원색의 단순한 무대에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과 소품들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발코니 장면에서는 푸른색 훌라후프로 달을 형상화했다.
집중력이 부족하고 산만해지기 쉬운 아이들을 배려한 극적 구성도 돋보인다. 첫 장면을 베로나의 두 앙숙인 몬태규와 캐플릿 가의 집단 칼싸움 장면으로 시작한 것부터 그랬다. 20명이 넘는 배우들이 무대를 가득 채우며 칼을 휘두르는 역동적인 장면이 아이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배우들은 객석 통로를 지나 등장하고 퇴장한다. 로미오가 파티에서 한눈에 반한 줄리엣을 쫓아 무대 밖으로 사라진 뒤 그의 친구들이 객석 통로를 휘젓고 다니며 로미오를 찾는 장면에선 객석 여기저기에서 “여기 있어요” “저기 있어요” 하는 어린 ‘목격자’들의 ‘제보’가 터져 나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혼식은 수십 마리의 나비들이 축하한다. 두 사람이 첫날밤을 보내는 장면에선 무대를 다 덮을 만큼 큰 노란색 천이 등장한다. 줄리엣의 장례식 장면도 바닥과 공중에 수십 개의 촛불이 등장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비극의 수위를 낮춘 점도 가족극으로서 적절해 보였다. 두 사람이 죽는 대목은 짧게 지나가고 짧은 커튼콜에 이어 모든 배우가 나와 흥겨운 춤판을 벌이면서 마무리한다.
○ 아이들 감수성 파고든 따뜻한 무대
‘고추장 떡볶이’는 독일 라이너 하크펠트의 ‘케첩 스파게티’를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한국 상황에 맞게 번안하고 연출한 작품.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아동청소년연극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맛은 없지만 아이들이 웃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교훈도 얻어갈 수 있다. 공연 시간은 쉬는 시간 10분을 포함해 2시간이나 되지만 아이들이 무대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인 비룡(김동규)과 유치원생인 동생 백호(박승원)는 엄마의 과잉보호 때문에 집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어느 날 엄마(황지영)가 맹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고, 집에 오기로 한 외할머니도 감감 무소식이다. 며칠 동안 단둘이 지내게 된 형제는 엄마가 그어 놓은 금지선을 넘어 행동에 나선다. 형제는 인터넷에서 떡볶이 요리법을 찾아내고 냉장고 남아 있는 재료들로 무대 위에서 서툰 솜씨로 직접 떡볶이를 만든다. 어린 관객들이 “와, 맛있겠다” 하며 군침을 흘리는 대목이다.
쉬는 시간에는 배우들이 2막에서 부를 노래를 미리 관객들에게 가르쳐준다. 염경초등학교 4학년인 박지연 양은 “형제가 둘이 지내면서 창조적인 떡볶이를 만든다는 내용이 아주 좋았다”며 “1막에서 요리를 직접 해보려던 형이 ‘형이 어떻게 해’라는 동생의 한마디에 바로 포기해 버리는 장면이 제일 우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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