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한 편의 영화 보는 듯… 슬픔과 고독 밀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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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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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 신수정-바리톤 박흥우의 ‘겨울 나그네’ ★★★★

8년째 ‘겨울나그네’를 무대에 올린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왼쪽)와 바리톤 박흥우 씨. 모차르트홀 제공
8년째 ‘겨울나그네’를 무대에 올린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왼쪽)와 바리톤 박흥우 씨. 모차르트홀 제공
예술가곡을 자주 접하기 쉽지 않은 국내 음악계에서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와 바리톤 박흥우 씨가 꾸준히 이어온 독일가곡 듀오 무대는 더욱 빛이 난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공연이 열렸다. 해마다 12월에 두 음악가가 ‘겨울나그네’를 연주한 지도 이번이 여덟 번째. 객석 200여 석을 가득 채우고 보조의자까지 곳곳에 놓고서야 첫 곡이 시작됐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은 추운 겨울 연인의 집 문에 ‘잘 자요’라고 써놓고 먼 길을 떠난다. 눈과 얼음이 뒤덮인 겨울 들판에서 방랑하는 그의 앞에 도깨비불, 까마귀, 백발 같은 상념이 스쳐 지나간다. 바리톤 박흥우 씨는 청년의 슬픔과 고독, 두려움을 절제된 표현으로 펼쳐내며 이 가곡집의 시적이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한껏 살렸다. 오랜 기간 동안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신수정 씨는 시종일관 박 씨의 음성과 알맞은 음량의 균형을 유지했다. 피아노는 폭풍처럼 몰아쳤다가 나뭇잎처럼 살랑댔고 한순간 따사로운 봄날이었다가는 부르르 떨며 서글픈 현실을 상기시켰다.

24곡의 노래로 이뤄진 ‘겨울나그네’는 휴식 없이 이어졌다. 피아노 옆에 마련한 스크린에는 신 씨가 직접 번역한 가사를 띄워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날 공연은 두 음악가가 독일 정부에서 공로훈장을 받는 것을 기념하는 음악회이기도 했다. 연주가 끝난 뒤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는 “오랜 기간 음악에 온전히 헌신해온 두 음악가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붉은 십자훈장을 단 이들이 준비한 앙코르곡은 슈베르트의 ‘음악에’였다. “사랑스러운 그대 아름다운 예술이여, 그대에게 감사드릴 뿐입니다.” 두 음악가의 마음이 노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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