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초등동창서 최고의 발레 파트너로, 우리 인연은 호두까기인형 같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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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차세대 주역 이은원-이재우 씨

발끝으로 서면 키가 178cm쯤 되는 이은원 씨(오른쪽)가 이재우 씨 옆에선 아담해 보인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발끝으로 서면 키가 178cm쯤 되는 이은원 씨(오른쪽)가 이재우 씨 옆에선 아담해 보인다.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아끼던 장난감이 갑자기 살아 움직이고 커져 실제 왕자가 된다면? 매년 연말이면 어김없이 무대에 오르는 발레 공연 ‘호두까기 인형’의 변함없는 인기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이런 판타지를 눈앞에 펼쳐 보인다는 데서 나온다.

올해 국립발레단의 ‘호두’ 공연은 이런 점에서 더 특별하다. 여주인공 마리(다른 발레단 작품에서는 클라라)가 아끼는 호두까기 인형이 크리스마스트리 밑에서 훌쩍 커져 왕자가 되는데 왕자의 ‘높이’가 역대 최대이기 때문. 이 작품으로 주역 데뷔하는 이재우 씨(20)는 키가 무려 196cm다.

국내 최장신 왕자를 파트너로 얻은 발레리나는 그의 어린 시절 동갑내기 친구 이은원 씨. 둘의 인연은 마리가 인형에서 변한 왕자를 놀라움으로 바라보는 장면과 묘하게 겹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1년 정도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에서 발레를 같이 배웠어요. 그땐 재우 키가 저랑 비슷했는데 그로부터 3년 뒤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비학교(현 무용원 영재교육원)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재우가 너무 커져 몰라봤죠.”(이은원)

이재우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키가 1년에 10cm씩 커져 중학교 2학년 말엔 188cm가 됐다. 농구 할 생각 없냐는 제안도 받았다”고 말했다.

단짝이 된 두 사람은 한예종 무용원에선 선후배로 갈렸다. 이은원 씨가 3년을 건너뛰어 입학한 반면 이재우 씨는 2년 월반에 그쳤기 때문. 국립발레단 입단도 이재우 씨가 이은원 씨보다 1년 늦어 내년 1월 정단원이 된다. 이은원 씨는 이미 지난해 호두까기 인형에서 혹독한 주역 데뷔 과정을 거쳤다. 당시 수석무용수 김현웅 씨가 파트너였다.

“친구니까 편하기도 하고, 재우가 키가 크고 듬직해 제가 아무리 무대에서 당황하고 흔들려도 잡아 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두 사람은 올 초 한예종 창작무용 ‘인어공주’에서 공주와 왕자로 호흡을 맞췄다. 이재우 씨도 168cm로 키가 큰 편인 이은원 씨와 파트너가 돼서 좋다고 했다. 키 차이가 큰 여자 무용수와 파트너를 하면 자세를 많이 낮춰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것. 그는 큰 키에도 움직임이 둔하지 않고 힘이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대신 평소 부상 관리, 체력 관리가 필수적이다. 하루라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거르면 몸의 느낌이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두 사람은 국립발레단의 차세대 주역들로 꼽힌다. 이은원 씨는 큰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특히 회전 테크닉이 발군이다. 이재우 씨는 장신임에도 뛰어난 테크닉을 갖고 있어 발레단을 이끌 기대주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호두’ 공연을 통해 주역 남자무용수를 2명 더 배출한다. 올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티볼트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윤전일 씨(24)와 2009년 뉴욕 국제발레콩쿠르에서 특별상을 받은 김기완 씨(22)다. 김 씨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화제가 된 김기민 군(19)의 형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을 거쳐 지난해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한 한상이 씨(26), 2007년 로잔국제발레콩쿠르에서 우승한 발레단 최연소 무용수 김채리 씨(21)를 주역으로 내세운다. 서울발레시어터는 4월부터 재능기부 일환으로 발레를 가르친 홈리스 발레리노 6명을 무대에 세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임선우 군(12)은 클라라의 오빠 프리츠로 출연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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