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꽃과의 대화]작은 꽃들의 모임 국화꽃, 한송이 자체가 꽃다발

동아일보 입력 2011-10-15 02:00수정 2011-10-1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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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과 식물
한 송이의 국화꽃은 사실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가운데에 몰려있는 꽃은 통꽃(원 안의 부분)이라 불리며, 그 가장자리의 것이 혀꽃이다.
가을이 반가운 이유는 국화꽃 때문이다. 출퇴근길에 보니 주변의 꽃집들이 이미 여러 색의 국화를 갖춰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선조들은 따뜻한 봄이나 여름에 피지 않고, 가을에 서리를 맞으며 피어나는 국화의 모습에서 군자의 고고한 기품을 찾아내곤 했다.

사실 개화(開花)는 식물이 자손을 퍼트리기 위해 생식기관(꽃)을 만드는 행위로, 식물에게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열대나 아열대 지방에선 계절에 따른 환경 변화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곳의 식물들은 사철 내내 아무 때나 꽃을 피운다. 하지만 온대산 식물은 번식(개화) 시기를 잘 정해야 자손을 많이 퍼트릴 수 있다. 그래서 낮의 길이나 온도의 변화를 감지해 특정 시기에만 꽃을 피운다. 벚나무처럼 봄철에 개화하는 식물들은 주로 일정 기간의 추위를 겪은 후 따뜻한 온도가 계속돼야 꽃을 피운다. 가을철에 꽃을 피우는 국화과 식물들은 낮이 짧아지는 것을 느끼고 꽃봉오리를 만든다.

○ 사람이 만들어 낸 국화, 자연 서식지 없어

국화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식물이라 자연 상태에서 자생하지 않는다. 동양에서 재배하는 관상식물 중 역사가 가장 오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자들은 현재의 국화는 한국 또는 중국에 원래 자생하던 식물이 오래전 자연교잡 또는 인위적인 교잡을 거친 후 육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교잡 이전의 원종, 즉 국화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식물들이 바로 우리가 흔히 보는 ‘들국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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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질문 하나. 들국화의 꽃은 무슨 색일까. 강의 도중 이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면 가지각색의 대답이 나온다. 노랑, 연보라, 흰색, 연분홍 등등…. 이런 다양한 답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가 국내에 자생하는 산국,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등을 모두 아울러 들국화라 부르기 때문이리라.

만약 가을철에 노란 들국화가 눈에 뜨인다면 그것은 산국이나 감국일 것이다. 흰색 들국화는 구절초일 테고,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피는 연보라색 들국화를 봤다면 그건 쑥부쟁이나 개미취일 것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원예식물로는 마가렛,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이 있다. 식물 분류에서 과(科·Family)를 나누는 기준은 주로 생식기관(꽃)의 형태다. 즉, 국화와 마가렛, 해바라기, 코스모스는 모두 꽃의 모양이 비슷하다.

○ 국화 꽃잎은 10장, 아니면 20장?

자,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더 해 보자. 국화의 꽃잎은 모두 몇 장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힘들여 세어보지 않아도 된다. 국화의 꽃잎은 5장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국화꽃 가장자리에 삐죽 나와 있는 부분을 꽃잎으로 생각해 애써 그 개수를 센다. 그래서 10개 이상이란 대답이 흔히 나온다.

하지만 국화꽃은 사실 수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국화과 식물의 꽃은 한 송이 자체가 바로 꽃다발(두상화서·頭狀花序)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국화꽃 한 송이는 가운데 달걀노른자 모양에 몰려있는 통꽃(통상화·筒狀花)과 그 가장자리의 혀꽃(설상화·舌狀花)으로 이뤄진다. 보통 사람들이 꽃잎이라 여기는 것은 혀꽃 가장자리에 뾰족하게 나와 있는 부분이지만, 진짜 꽃잎은 통꽃을 둘러싸고 있는 별 모양의 꽃잎 5장이다. 국화 품종 중에는 가운데 노란색 부분의 통꽃이 혀꽃으로 바뀌어 진정한 의미의 꽃잎을 찾을 수 없는 겹꽃을 가진 것들이 있기도 하다.

국화는 온대지방에 사는 우리에게 가을철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10월 말이 되면 중부지방을 시작으로 국화전시회가 전국적으로 풍성하게 열린다. 찬란히 빛나다 스러져가는 단풍을 보는 것도 좋지만, 향기 가득한 국화전시회에 가을을 맞이하러 가는 것이 조금 더 운치 있지 않을까?

서정남 농학박사(농림수산식품부 국립종자원) suhjn@see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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