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나가는 17세 피아니스트 조성진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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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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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잘 치고 싶다고요? 음악 사랑하면 절로 쳐져요”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피아노에 인생을 걸어보겠다고 결심한 초등학교 3학년 꼬마는 어느 날 피아니스트 임동혁(27)의 첫 음반을 들었다. ‘우와, 이 형 정말 멋있다!’

세월이 흘러 고교생이 된 이 꼬마는 임동혁의 공연 나흘 뒤인 1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음반 표지에서 본 바로 그 형이 자신의 리사이틀에 왔었다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이 소년, 피아니스트 조성진 군(17·서울예고 2학년·사진)이다.

20일 경기 성남시 야탑동 성남아트센터의 출연자 대기실에서 조 군을 만났다.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Ⅲ’ 공연에서 협연을 마친 뒤였다. 주목받는 10대 피아니스트는 말수가 많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야무지게 했다. 음악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오늘 연주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11번 협연한 곡이에요. 매달 한 차례꼴로 친 셈이죠. 하지만 매번 달라요. 무슨 곡이든 칠 때마다 템포와 강약 변화 등 여러 시도를 해봐요. 같은 곡이라도 낮과 밤의 연주가 다를 때가 있는 걸요.”

조 군은 6월 러시아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뒤 이달 처음 국내 무대에 섰다. 그는 “콩쿠르에 참가한 30명의 연주를 모두 다 들었는데 존경스러운 연주자가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면서 “연주를 앞두고 안절부절못하는 여러 참가자들에 비해 내게 대담한 면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이달 연주는 하반기에 촘촘히 잡힌 연주 일정의 출발점이다. 다음 달 러시아를 시작으로 10월 한국에서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지휘 마레크 야노프스키)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 뒤 유럽으로 간다. 11월에는 일본을 돌며 8차례 독주회를 한다.

“일정 때문에 친구들과 자주 못 만나서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연주가 주는 기쁨이 무엇보다 커요. 레퍼토리를 확장하는 것과 함께 ‘조성진의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연구하고 있어요. 아직은 어리다고 하지만 저만의 개성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예요.”

그가 찾고 싶은 소리는 부드럽다, 따뜻하다, 온화하다 같은 ‘느낌’과는 다르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하면 떠오르는 독특한 음색 같은,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은 “나이가 어리지만 음악의 큰 그림을 볼 줄 안다”고 칭찬한다. 하루에 10시간씩 피아노 앞에 앉아 있기보다는 3시간 집중해서 연습한 뒤 음악을 듣거나 악보에 빠져 있을 때도 많다. 요즘은 프랑스 피아니스트인 프랑수아의 음반을 즐겨 찾는다.

조 군의 연주회 때는 어린 피아니스트 지망생들이 유독 많이 찾아온다. 그가 임동혁의 음악을 들으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던 것처럼 ‘제2의 조성진’을 꿈꾸는 아이들이다.

“그 친구들에게는…. 연습을 거듭해서 잘 쳐야 한다고 하기보다는 음악을 사랑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음악을 사랑하면 피아노가 잘 쳐지니까요. 좋아하면 자연스레 더 잘하고 싶어지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에요. 음악이 정말 좋아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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