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에 들어가 물고기를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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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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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카시 구리바야시 설치전
인간과 자연 처지 뒤집는 경험

다카시 구리바야시의 설치작품은 어항 속에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이 물 밑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욘드뮤지엄 제공
다카시 구리바야시의 설치작품은 어항 속에 공간을 만들어 관람객이 물 밑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욘드뮤지엄 제공
땅 밑에서 숲을 올려다보면 어떤 느낌일까? 어항 안에 들어가 물고기와 눈을 맞추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일본 설치미술가 다카시 구리바야시(43)는 이런 궁금증을 새로운 공간 구성과 설치작품을 결합한 전시로 풀어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비욘드뮤지엄 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인비트윈(Inbetween)’전이다.

전시장에는 천연 종이로 만든 하얀 숲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역시 종이로 제작된 숲의 바닥은 울퉁불퉁한 데다 지상에서 높이 들린 상태다. 관람객은 몸을 굽힌 상태로 바닥의 아래쪽을 걸어 다니다 군데군데 뚫린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고 지상의 세계를 올려다본다. ‘숲으로부터 숲’이란 설치작품은 벌레의 관점에서 바라본 숲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두 개의 수조를 이용한 설치작품도 공간에 대한 상식을 뒤엎는다. 지하 공간의 사다리를 올라 직육면체로 뚫린 틈새로 얼굴을 내밀면 바로 옆에서 열대어가 유유자적 헤엄쳐 지나간다. 작가는 물고기들이 사람을 구경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언제나 인간이 주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권유한다. 두 작품은 자연과 인간, 동물과 사람의 처지를 뒤집어 보는 경험을 제안한다.

일본 나가사키 태생으로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12년간 유학한 작가는 경계선과 영역에 대한 관심을 작업의 줄기로 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녹여낸 설치작품 외에도 ‘야타이 트립’이란 영상 작품에서 또 다른 경계를 탐구했다. 야타이는 일본어로 포장마차를 뜻한다. 작가는 야타이를 직접 끌고 대도시 서울과 네팔의 오지 등을 찾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감과 경계를 허무는 일이 가능한 것인지를 탐색한다.

일본의 동북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처럼 눈앞에서 벌어진 엄청난 재해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을 문제 삼는 작가. 자연과 공간을 재창조함으로써 관람객에게 경계를 통과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10월 16일까지. 6000원∼1만 원. www.beyondmuseum.com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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