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병합에 들이댄 ‘양심의 칼’

  • 동아일보

日 지식인 16명의 비판서 출간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일강제병합이 원천 무효임을 인정해야 한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 성균관대 교수 등 일본 지식인 16명이 일본의 ‘한국 병합’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 ‘일본, 한국 병합을 말하다’(열린책들)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은 지난해 일본 이와나미서점 학술지 ‘사상(思想)’에 ‘한국 병합 100년을 묻다’라는 주제로 특집호를 꾸미고 이를 바탕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한 내용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와다 교수는 ‘한국 병합 100년과 일본인’이란 글을 통해 “‘병합조약은 광복을 기점으로 비로소 무효가 된 것’이라는 주장을 버리고 ‘애초부터 무효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강제병합을 하기 전부터 한국의 주권과 생명을 유린한 비인도적 국가였음을 직접적으로 고발한 글도 포함돼 있다. 이노우에 가쓰오(井上勝生) 홋카이도대 명예교수는 ‘동학 농민군 섬멸 작전과 일본 정부’에서 청일전쟁 당시 동학 농민군은 5만 명 이상 사망(추정)해 청군과 일본군보다 피해가 컸는데 이는 일본 대본영과 외무대신 등 군부와 정부의 최고 지도자가 살육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당시 전신 기록 등을 분석해 밝혔다.

한일강제병합이 원천무효임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에서 찾는 분석도 실렸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사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한일강제병합이 낙후된 조선을 근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일본의 침략론은 ‘일본이 동아시아의 중심’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교사회였던 조선은 이미 일본이 근대 민법을 통해 도입하려고 했던 소유권과 유사한 근대적 성격의 토지소유권을 수백 년 전부터 가지고 있었으며 15세기에는 인쇄술과 서적의 보급 등으로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도의 문화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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