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한류는 드라마에 이어 최근 K-pop(한국대중가요)으로 확산되며 일본 대중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죠. 우리는 그 다음 단계로 ‘한국 뮤지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종합 엔터테인먼트그룹인 쇼치쿠사의 아시아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팀 총괄책임자인 히시누마 다에코 팀장(54·사진)은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한국 뮤지컬을 수입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히시누마 팀장은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국 창작뮤지컬 ‘미녀는 괴로워’ 제작발표회 준비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쇼치쿠사는 영화 공연 방송을 아우르며 연간매출이 949억 엔(약 1조2700억 원·2009년 기준)에 이른다. 이 회사는 올해 4월 CJ E&M과 3년 동안 매년 한두 편의 한국 뮤지컬을 일본 무대에 올린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첫 번째 작품이 2008년 초연된 ‘미녀는 괴로워’. 걸그룹 카라의 박규리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이 작품은 1200석 규모의 오사카 쇼치쿠좌 극장에서 10월 8일∼11월 6일 총 36회 공연한다.
CJ E&M은 일본 도쿄 교토 오사카에 직영극장 4개를 가진 쇼치쿠사와 장기 계약을 해 한국 뮤지컬을 안정적으로 일본 무대에 공급할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일본에 수출된 것은 2008년 ‘사랑은 비를 타고’가 처음. 그러나 이 작품은 일본어 공연이었고 200석 안팎의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히시누마 팀장은 “우리가 일본 무대에 올리려는 작품은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라며 “한국 배우들의 능력이 탁월해 그대로 일본 팬들에게 보여주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한류 팬 위주로 공연장을 찾겠지만 한국 뮤지컬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내 일반 뮤지컬 팬에게도 수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
쇼치쿠사는 6월 일본 교토의 미나미좌 극장에 SS501 출신 김규종이 출연하는 창작뮤지컬 ‘궁’을 올려 한국 뮤지컬의 경쟁력을 시험하기도 했다. 히시누마 팀장은 “김규종이 출연하지 않은 공연도 흥행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의 대중문화 콘텐츠 생산자들이 한류에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을 배워 일본도 세계에 통할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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