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孫丑(공손추)·상’ 제8장에서 맹자는 聖賢(성현)들이 善(선)을 좋아한 사례를 열거하고, 궁극적인 善은 남들도 善行을 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고 가르친다. 우선 공자의 제자 子路(자로)는 자신에게 허물이 있음을 알려주는 말을 들으면 기뻐했다고 한다. 스스로를 닦음에 용감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禹(우) 임금은 자기에게 가르침이 될 선한 말을 들으면 절을 하였다고 한다. 절하였다는 것은 拜謝(배사·삼가 감사함)하면서 받아들였다는 말이다. 곧 우 임금은 남이 내 허물을 지적하길 기다릴 것도 없이 자기 자신을 굽혀서 천하의 善言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서경’ ‘大禹謨(대우모)’편에서는 ‘우 임금이 昌言(창언·도리에 맞는 정당한 말)에 절하였다’고 했다. 昌言이 곧 善言이다.
禹 임금은 舜(순) 임금으로부터 천자의 자리를 물려받아 夏나라를 세운 명군이다. 夏禹氏(하우씨)라고도 한다. 곤(곤)의 아들이다. 堯(요) 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큰 홍수가 일어나자 섭정을 하던 舜이 禹에게 治水(치수)를 명했다. 禹는 13년간 노력해서 물길을 바로잡고 천하를 9주로 구획한 후 貢賦(공부·나라에 바쳐야 할 지방특산물)를 정했다. 舜 임금이 죽은 후 나라 이름을 夏로 고치고 安邑(안읍)에 도읍했다. 그런데 禹는 뱀이 똬리를 튼 모양을 본뜬 글자이므로, 뱀을 숭배하던 족속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또 치수에 실패한 곤(곤)은 큰 물고기를 숭배하던 족속과 관련이 있었는데, 두 족속이 신화의 세계에서 부자 사이로 연결되었으리라 추측된다.
조선의 영조는 재위 26년인 1736년에 예조 정랑 金聲(김성)을 보내 鄭齊斗(정제두)의 영전에 제문을 읽게 했다. 영조는 정제두가 은둔해 있었지만 이인좌 난이 일어나자 奔問(분문·급히 달려가 안부를 여쭘)하여 위로해주었기에 貳相(이상·삼정승의 다음 벼슬인 찬성)으로 높이고 세자의 교육을 맡겼던 사실을 추억하고, ‘黃髮(황발·노인의 누런 머리털)에 높은 덕으로 하던 善言에 나는 절하였고, 그 깊은 마음 원대한 계책에 나는 힘을 얻고 훈계로 삼았노라’라고 칭송했다. ‘善言에 나는 절하였다’는 것은 곧 우 임금이 선한 말을 들으면 절한 사실을 본받았다는 뜻이다. 지도자로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깊이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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