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된 패션, 매퀸에도 홀리고…

  • 동아일보

작년 사망 英디자이너 특별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장사진

영국의 천재적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Savage Beauty’ 전의 입구.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제공
영국의 천재적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Savage Beauty’ 전의 입구.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제공
이 전시를 보려면 적어도 입장하기까지 1시간 이상은 줄을 서야 한다. 일단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서도 빽빽한 인파에 떠밀려 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요즘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단연 인기 높은 전시로 꼽히는 ‘알렉산더 매퀸: Savage Beauty(야만적 아름다움)’에 대한 얘기다.

이는 지난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영국의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1969∼2010)의 작업을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대규모 특별전이다. 단순히 여성의 허영심을 만족시키는 옷이 아니라 문화, 정치,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개념을 의상이란 매체로 표현한 이 시대의 천재 예술가를 만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치밀하게 기획된 전시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등 뒤에 뿔이 달린 파격적 옷부터, 조개껍데기와 나무 등 온갖 소재를 활용한 기발한 드레스, 도저히 머리에 쓰거나 신을 수 없을 것 같은 괴기스러운 모자와 신발 등. 1992년부터 2010년 마지막 컬렉션까지 그가 선보인 디자인은 다채로운 영화세트 같은 전시 구성과 조화를 이루며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시 첫머리에 자리한 흰색과 빨간 드레스는 삶과 죽음, 밝음과 어둠, 인간과 기계 등 극과 극을 넘나든 그의 작업세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넘어선 한 디자이너의 영혼을 만나는 전시는 8월 7일까지 이어진다.

뉴욕=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