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가 풀어 쓴 국악 사설의 백과사전

  • 동아일보

하응백 씨 ‘창악집성’ 출간

문학평론가가 국악 사설(辭說)을 집대성한 책을 펴냈다. 출판사 휴먼앤북스 대표이기도 한 하응백 씨(50·사진)가 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창악집성(唱樂集成)’. 판소리를 제외한 잡가 시조창 경·서도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 등 350여 편의 국악 사설을 모으고 이를 풀이한 1116쪽 분량의 책으로 ‘국악 사설 백과사전’이라 할 만하다.

하 씨는 “기존의 국악 사설집은 현장의 사설을 옮기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어 문학적 전문성이 결여되거나 해석이 부정확했다”면서 “이 때문에 정확한 사설의 내용을 모르고 부르는 경우가 허다했고 청중도 가사의 뜻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 씨는 5년 동안 사설을 모으고 고문헌과 방언과 전설 등을 참조해 사설을 정리했다. 이를테면 서도민요인 ‘연평도 난봉가’에는 ‘긴작시 강변에 아가씨나무, 바람만 불어도 다 쓰러진다네’란 부분이 있는데 일부에서는 ‘긴작시’를 ‘긴낙시’로도 부르기도 한다. ‘아가씨나무’의 뜻도 불분명했다. 하 씨는 연평도 북쪽 해안에 ‘긴작시’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을 찾아냈고, 연평도에 전해 내려오는 임경업 장군 전설에서 ‘가시나무로 낚시를 했다’는 부분에 착안해 아가씨나무는 가시나무가 변해서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 씨는 “고문헌 등의 자료를 찾고 해석했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해 직접 소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 얘기를 들었다. 정확도를 높인 사설집이 나오니 ‘속이 시원하다’고들 하신다”며 웃음지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서도소리(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의 민요와 잡가)를 보존하기 위해 사단법인 서도소리진흥회를 출범시키고 이사장을 맡았다.

“서도소리는 북한에서 소리의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남도소리에 비해 사장돼 있습니다. 중요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단체를 만들었죠. 책을 쓰면서 거둔 또 하나의 수확입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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