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손진책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 작가 배삼식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단원 애호가의 그림속 여행 시공 뛰어넘은 감동 선사”

배삼식 작가는 ‘너무 다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1년에 하나 정도 쓰면 딱 적당한데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그렇다”며 웃었다. 배 씨는 올 한 해 ‘3월의 눈’ ‘화선, 김홍도’에 이어 세 번째 작품 ‘벌’(가제)을 쓰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배삼식 작가는 ‘너무 다작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1년에 하나 정도 쓰면 딱 적당한데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그렇다”며 웃었다. 배 씨는 올 한 해 ‘3월의 눈’ ‘화선, 김홍도’에 이어 세 번째 작품 ‘벌’(가제)을 쓰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올 초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작 ‘3월의 눈’에서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 같았던 감동이 아직 생생한데 그의 신작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작가 배삼식 씨(41)가 대본을 쓴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다. ‘3월의 눈’ 연출가였던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다음 달 8∼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화선, 김홍도’는 국립극장 ‘국가브랜드’ 공연으로 세 전속 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 무용단, 창극단의 역량을 집결시킨 야심작. 이미 다른 작품을 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던 데다 지난해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도 부임해 바쁜 배 씨에게 이 작품의 대본을 맡기려고 국립극장은 공을 많이 들였다. 그만큼 배 씨는 이름 석 자만으로 작품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국내 몇 안 되는 극작가다.

햇볕이 따가웠던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천재화가 김홍도를 어떻게 그릴지 궁금했다.

“저도 어떻게 쓸지 고민이 많았어요. 세상과의 불화나 예술가의 고뇌로 상징되는 화가 장승업, 최국과는 달리 김홍도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아 극적인 부분이 없거든요. 김홍도의 삶을 영웅담으로 그리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의 얘기로 풀어보자, 김홍도를 설명하는 대신 그의 그림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을 전해보자 생각했죠.”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김홍도가 죽은 지 40여 년이 지난 1850년 한양. 김홍도 그림 애호가인 50대 사내 김동지가 친구 손수재의 집을 찾아가는데 친구는 없고 김홍도의 산수화 ‘추성부도’만 있다. 문득 그림 속에서 친구 손수재가 김동지를 부르고 김홍도의 그림 세계로 들어간 두 사람은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김홍도를 찾아간다.

“자료를 찾다 보니 어느 선비의 문집에 이런 짧은 글이 있었어요. 집안 어디선가 바람 부는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방울소리가 들린다는 거예요. 소리의 출처는 집에 있던 병풍이었습니다. 글은 이렇게 끝나요. ‘명화(名畵)는 신(령)과 통한다는 게 이를 두고 하는 것이구나.’”

처음엔 대본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했다. 작품 속에 김홍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극을 이끌어가는 긴장, 갈등 구도가 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제 작품에 극적인 성격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연극 ‘3월의 눈’에서도 장호가 죽은 이순을 불러냈다는 건 나름대로의 저항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특정 시각을 강요하지 않는 그의 작품은 연구 대상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려는 인류학의 연구 자세와 닮았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극작을 배우기 전 서울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인류학에선 모두를 포괄하는 하나의 객관적 시각은 없다고 봐요. 다양성을 존중합니다. 전 현상이나 대상을 시공간을 확장한 속에서 바라보는 시도를 자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극 ‘하얀 앵두’는 화석(化石)의 시간, 식물의 시간으로 바라본 거죠.”

지난해 ‘피맛골 연가’와 ‘도도 이야기’ 같은 뮤지컬 대본 작업에 주력했던 배 작가는 “뮤지컬은 장르 특성상 인물이 단순 명쾌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스스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라며 당분간 뮤지컬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가 손진책 씨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열린 공연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배 작가와 코드가 비슷하다. 손 씨는 ‘화선, 김홍도’에 대해 “스토리가 중요한 건 아니다. 내러티브 없이도 무대와 관객이 가슴으로 만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만∼7만 원. 02-2280-4114∼6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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