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2011 한팩 솔로이스트… 한무대 오르는 춤바람난 가족

  • Array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언니 루다 씨(오른쪽)와 주어진 일은 해내고야 마는 동생 루마 씨(중간) 자매는 “사소한 것에서도 영감을 얻는 어머니(이정희 씨)를 보며 늘 배운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언니 루다 씨(오른쪽)와 주어진 일은 해내고야 마는 동생 루마 씨(중간) 자매는 “사소한 것에서도 영감을 얻는 어머니(이정희 씨)를 보며 늘 배운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 가족들, 춤바람이 단단히 났다. 거실에서도 방에서도, 밥 먹다가도 자다가도 춤을 춘다. 6월 10, 11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2011 한팩 솔로이스트’ 공연에서 ‘마이너 룸’을 공연하는 김재덕, 재윤 씨 형제, 그리고 ‘비 트윈(Be Twin)’을 올리는 이루다, 루마 씨 자매와 이들의 어머니이면서 안무가인 이정희 씨다.

10, 11일 공연에는 이들의 공연 외에 벨기에 세드라베무용단에서 활동하는 무용수 예효승 씨가 세드라베무용단 예술감독 알랭 플라텔이 안무한 ‘발자국’을 춘다. 발레리노 김용걸 씨는 신진 안무가 김보람 씨와 ‘그 무엇을 위하여…’를 선보인다. 17, 18일에는 남매 무용수 성한철, 현주 씨가 안무가 김충한 씨의 ‘뷰 포인트’를, 역시 남매인 조연진, 인호 씨가 안무가 이준희 씨의 ‘우린 잘 살고 있어요’를 공연한다. 현대무용 안무가인 류석훈 씨가 안무하고 한국무용 안무가인 김은희 씨가 춤을 추는 ‘다시 길을 걷다’, 세네갈 출신 안무가 안드레야 왐바 씨가 안무하고 무용수 이경은 씨가 출연하는 ‘다카르-서울, 그 길을 가로질러’도 공연된다. 모두 초연작이다. 2만, 3만 원. 02-3668-0007, 02-3668-0044》

▼ 이루다 자매-어머니의 ‘비 트윈’ ▼
“모녀지만 춤은 서로 배워요”


5월 31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이정희 씨는 “작품 준비하며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고 말을 꺼냈다. “학교에서는 하자는 대로 하는데 여긴 가족이니까 어리광을 부리게 돼요.” 자매 중 동생인 루마 씨(19)도 웃으며 거들었다.

언니 루다 씨(25)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했다. 동생은 한예종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다. ‘서로 다리를 찢어주며’ 동고동락한 사이다.

작품을 만들며 가족은 많이 다투기도 했다. ‘세대 차’가 큰 이유였다. “전 한국 현대무용 1세대예요. 제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한다면 딸 세대는 움직임 자체를 강조하고 많은 동작을 보여주려 하죠. 테크닉도 좋고요.”(이정희 씨)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가족의 집에는 연습실이 딸려 있다. 덕분에 딸들은 늘 춤추는 중이다. “오늘 새벽에도 갑자기 엄마가 갑자기 절 깨워서 춤을 추라시는 거예요.”(루다 씨) 학교 수업 때문에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루마 씨는 연습 도중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비 트윈’은 제목처럼 두 자매 ‘사이’ 이야기를 담았다. 전직 CF 감독인 아버지 이동현 씨가 찍은 자매의 성장 과정, 연습 모습도 삽입했다. 이 씨는 “딸들의 제안을 많이 받아들여 평소 제 작품과는 많이 다르다. 움직임이 많고 춤으로 승부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솔직하게 말하다 보니 서로 추구하는 춤을 이해하게 됐다”(루마 씨) “어릴 때 바라만 보던 엄마 무대에 서서 영광”(루다 씨)이라는 자매를 보며 이정희 씨는 “가족이 함께하는 공연을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재덕-재윤 형제의 ‘마이너 룸’ ▼
“노래와 춤재능 어깨 나란히”

동생 재윤 씨(오른쪽)는 형의 팬이자 조언자고, 형 재덕 씨는 동생의 영원한 멘터다. 얼굴은 꼭 닮았지만 성격은 딴판인 두 사람은 10, 11일 ‘솔로이스트’ 공연에서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동생 재윤 씨(오른쪽)는 형의 팬이자 조언자고, 형 재덕 씨는 동생의 영원한 멘터다. 얼굴은 꼭 닮았지만 성격은 딴판인 두 사람은 10, 11일 ‘솔로이스트’ 공연에서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일 오전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김 씨 형제는 한눈에도 가족으로 알아볼 만큼 닮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안무가로 활동 중이며 작곡과 노래에도 능한 재덕 씨(27), 중학교 3학년 때 영국에 유학해 발레와 현대무용을 공부하고 성균관대 무용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재윤 씨(24)다.

형은 말을 꺼내면 청산유수지만 동생은 웃는 일이 드물다. “재윤이는 섬세하고 스마트해요. 할머니가 저희를 보고 ‘한 녀석은 왕자인데 다른 녀석은 거지’라고 하신다니까요.” 재덕 씨의 장난스러운 말에도 재윤 씨는 “그런 편이긴 한데요…”라고 조심스레 답한다.

재윤 씨가 유학 중일 때 밤마다 화상채팅을 했을 정도로 둘의 우애는 돈독하다. 재윤 씨는 “외국에서 형이 출연한 작품을 보고 따라 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에는 형의 조언을 따라 작곡도 하고 있다.

춤에 음악까지 섭렵하는 형제의 재능은 1970년대 음악을 하며 음악감상실을 드나들었던 어머니, 쿵후 사범이었던 아버지를 닮았다. 재덕 씨는 “집에 가면 1층 거실에선 재윤이가 다리 찢고, 전 2층 방에서 혼자 안무 연습하는데 어머니가 보며 흐뭇해하신다”고 집안 분위기를 전했다.

‘마이너 룸’은 신인 안무가 천종원 씨의 작품. 좁고 우울한 방에서 생기는 여러 감정을 담았다. 재윤 씨에게는 국내 프로 무대 데뷔이고 소극장 공연을 많이 해온 재덕 씨에게도 대극장 무대는 욕심이 나는 기회다. 하지만 이 형제, 불안하기보다는 기대에 차 보였다.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요”라는 재윤 씨의 말에서 그 이유가 엿보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