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청각장애인 출연 음악극 ‘빵만으론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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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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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듣지도 못해요 촉감으로 감동 울리죠”

11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출연해 직접 빵을 만들며 애환을 풀어내는 이스라엘 날라갓센터의 음악극 ‘빵만으론 안 돼요’. 의정부예술의전당 제공
11명의 시청각장애인이 출연해 직접 빵을 만들며 애환을 풀어내는 이스라엘 날라갓센터의 음악극 ‘빵만으론 안 돼요’. 의정부예술의전당 제공
무대 위의 배우들은 눈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함께 지닌 중증장애인이다. 그 대신 그들은 촉각이 발달했다. 그래서 자신들의 예민한 손으로 빵을 빚는다. 빵을 빚으며 자신들 삶의 애환을 춤과 노래로 풀어놓는다.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춤을 출까. 진동으로 음악을 느끼며 춤을 춘다. 들리지 않아 노래도 웅얼거리는 수준이지만 감동을 주기엔 충분하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개막작 ‘빵만으론 안 돼요’다. 5월 10, 11일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될 이 작품은 세계 유일의 시청각장애인 전문극단이자 극장인 이스라엘 날라갓센터의 대표작이다. 헤브루어로 ‘만져주세요’라는 뜻인 날라갓 배우들은 관객이 박수를 치고 환호해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관객을 무대 위로 초청해 직접 만든 빵을 나눠주고, 관객의 손을 잡고 체온을 나누며 반응을 느낀다.

이 작품에는 이번 축제의 특징이 농축돼 있다. 의정부음악극축제는 올해부터 주빈국을 선정해 그 나라 작품을 집중 소개한다. 올해 주빈국은 이스라엘이다. 폐막작 ‘루스터’(27일 대극장)도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안무가 바라크 마르샬의 무용극이다. 동유럽 유대인 작가 이사크 페레츠의 ‘침묵’과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성경의 내용을 합해 오페라 음악과 접목한 강렬한 무용극이다.

올해 축제의 전체 주제는 ‘사회적 소수자’로 정했다. 프랑스 극단 도아두의 ‘욕망의 파편’(13, 14일 소극장)은 동성애자인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과 화해를 강렬한 무언극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2010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5개국 7편의 공식초청작 중 국내 작품으로는 올해 동아일보의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된 소리꾼 이자람 씨의 ‘억척가’(20∼22일 대극장)가 주목된다.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판소리와 접목한 ‘사천가’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역시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자식들’을 이자람 씨가 1인 15역을 소화하는 판소리 무대로 번안한 작품이다. 이 씨는 “중국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김안나라는 한국 여인이 한반도∼연변∼중원을 횡단하며 세 남편에게 소박을 맞으면서도 그들에게서 각각 얻은 세 자식과 억척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왜 우리는 억척같이 살아가야 하는가’의 답을 찾아가는 작품”이고 말했다.

안산거리극 축제에 초청된 관객 참여형 거리인형극 ‘쏭노인 퐁당뎐’(21일 의정부시청 앞 광장)도 눈길을 끈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호주극단 스너프 퍼펫이 공동 제작한 이 인형극은 물고기들의 낚시에 걸려 물속 나라로 끌려간 쏭노인의 모험담을 토대로 의정부 시민들의 실제 사연을 그들이 직접 만든 인형극으로 담아낸다. 031-828-5895∼6, www.umtf.or.kr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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