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급변의 시대, 마음은 변하지 말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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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바이옌쑹의 ‘행복한가요?”

‘행복한가요?’

상투적이지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이 요즘 중국 서점가를 은근히 달구고 있다. 이 책은 지난해 9월 초판이 나와 3개월 만에 50만 부를 가볍게 넘었다. 현재도 중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신화(新華)서점, 최대 인터넷서점 당당왕(當當網) 등의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올라있다.

저자는 중국의 유명 방송인 바이옌쑹(白岩松·43) 씨. 1993년 이래 관영 중국중앙(CC)TV 시사문제 프로그램의 명사회자로 이름을 날려 왔다. 이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유명 방송인이 대형 사건 속 경험을 풀어가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 때문. 그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쓰촨(四川) 대지진, 베이징 올림픽, 중국과 미국의 갈등 등 각종 굵직한 사건과 시사문제에 비판적 관점을 밝혀왔다. 중국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의 접근이어서 젊은층에서 특히 환영을 받았다.

바이 씨는 2000년에도 비슷한 콘셉트로 ‘고통과 기쁨 속에(痛幷快樂着)’라는 책을 내놓았다. 당시 이 책은 67만 부가 팔렸고 책이름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이번 책의 표지에 그는 ‘한 사람, 한 시대의 성장과 곤혹.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이기도 하다’라고 썼다. 베스트셀러가 된 두 책 모두 바이 씨 한 사람뿐 아니라 한 시대의 성장이자 고민의 기록인 셈이다.

이 책에서 그는 오늘날 중국인들에게 ‘행복’라는 단어를 화두로 던지며 중국인이 성공에 집착하는 현실을 반추한다. 바이 씨는 “지난 10년은 고통 혹은 기쁨이 문제였다. 이제 앞으로 10년은 행복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책에는 집과 자동차 등 물질을 추구하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모든 국민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원바오(溫飽)’를 역사상 최초로 실현했다. 지금은 2020년 실현을 목표로 모든 국민이 비교적 안정되고 그런대로 먹고살 만하다는 뜻의 이른바 ‘샤오캉(小康)사회’를 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바이 씨는 “행복은 어디에 있느냐”고 되묻는다. 중국인들은 행복을 미래의 일로 제쳐뒀다는 것이다.

실제 여러 조사에서 중국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현실이 나타난다. 최근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중국인이 6%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 중 40%는 행복은 얼마나 부유한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봤다. 갤럽월드폴이 발표한 2005∼2009년 세계 155개국을 대상으로 한 행복도 조사 결과에서 중국은 꼴찌에 가까운 125위였다.

바이 씨는 이렇게 주장한다.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신발을 신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은 시대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우리는 행복이 부족한,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이, 중국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 거창한 해답을 이 책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그에게 10년 전 책과 이 책 사이의 가장 큰 변화를 물었다. 바이 씨는 “당시 책에는 감탄사가 많았다. 이번 책에는 물음표가 많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각자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제목도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각자 바쁜 발걸음으로 걸어간다. 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문해야 한다. 행복한가라고. 나도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또 이 시대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지, 행복이 도대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오는지….”

바이 씨는 진정한 행복은 돈이나 성공이 아닌 ‘마음의 평정’이라고 말한다. ‘상식을 지키고 이성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신앙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자신이 찾아낸 행복의 비결도 책에 담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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