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美 칼 월터 등 공저 ‘붉은 자본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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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덕에 버티고 있는 中은행… 대륙발 금융위기는 시간 문제”

중국의 경제 발전은 눈부시다. 누구나 중국 경제의 미래에 주목한다. 중국을 빼놓고 글로벌 경제를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져 주요 2개국(G2)으로 불릴 정도다.

그런 중국에도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경제 발전 뒤에 감춰진 은행의 부실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중국의 은행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 1월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세계 투자자와 경제분석가, 트레이더 등 경제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을 때 응답자의 45%가 중국이 5년 안에 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이뤄지는 은행의 과잉 대출과 부실, 투기적 자산투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에서 20여 년간 은행가로 일했던 칼 월터와 프레이저 하위가 함께 쓴 ‘붉은 자본주의(Red Capitalism)’는 바로 중국의 금융 부실에 대한 책이다. 두 저자는 중국 금융시장을 현장에서 지켜본 경험에 따라 중국 금융 시스템의 문제를 파헤친다.

저자들은 중국 공산당이 은행의 역할을 ‘국영기업에 무제한 자본을 대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결과 은행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엄청난 규모의 부실 채권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 1980년대 중국 은행들은 지방정부의 압력으로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줬다.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물가가 치솟고 자산 거품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그 결과 대출을 갚지 못하는 일반인과 기업이 속출했다. 10여 년 후 중국 은행 ‘빅 포(Big Four)’ 대출의 40%가 부실채권이었다.

이 때문에 서방 전문가들은 중국의 은행 부실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중국 정부가 교묘한 방법으로 은행의 부실 문제를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1998년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빅 포’ 은행들이 런민은행에 쌓아야 하는 준비금 규모를 낮추었다. 덕분에 은행들은 남는 자금으로 자본금을 늘렸다. 또 중국 정부는 자산운용사를 설립해서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액면가로 사들였다. 그리고 자산운용사들은 이 부실채권 구입 대금을 10년 만기 어음으로 지불했다. 2009년 이 어음이 만기가 돌아왔을 때 중국 정부는 만기를 10년 늦춰 주었다. 동시에 은행들은 이 자산운용사 지분을 취득했다. 이 같은 ‘눈속임’을 통해 부실채권 부담을 덜어낸 은행들은 또다시 대출에 나설 수 있었고 대출 부실은 다시 쌓여 갔다.

이에 더해 중국 은행들은 정부가 예금 이자를 낮게 정해준 덕분에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자본건전성이 떨어지고 예금 이자가 적은데도 중국 국민이 자국 은행에 돈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 정부가 해외에 자금을 맡기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처럼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운 좋게 은행 부실에 따른 위기를 봉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책에 의하면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는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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