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집사 정호빈 “드라마에 빠진 40대男, 우스운 얘기만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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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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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몽땅 내사랑’서 찌질 집사 역
‘실장’ 단골 정호빈, 연기변신 인기

“팬들에게서 앞치마를 다섯 벌 선물 받았어요. 젖소 모양도 있고 분홍색도 있어요. 앞치마 선물 받아보긴 처음이네요.”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실장’이라는 직함이 수두룩하다. 비서실장 정상록(‘꽃보다 남자’), 병원 기조실장 윤서진(‘산부인과’), 국가대테러정보원 실장 강철환(‘아테나: 전쟁의 여신’)…. 사극에서의 배역도 번듯하기가 ‘실장’에 버금가는 문노(‘선덕여왕’)나 우태(‘주몽’)였다.

MBC 시트콤 ‘몽땅 내사랑’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마른 빨래를 얌전히 개키는 ‘김 집사’ 정호빈(41·사진)을 보고 놀라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이 시트콤으로 가장 ‘뜬’ 배우가 정호빈이다. 팬들은 김 집사 캐릭터를 반영한 가상 트위터(@Butler_Kim)를 개설했다. ‘까칠한 도시의 집사 까도집입니다’라는 소개글이 올라와 있다.

극 중 김 집사는 학원 원장인 김갑수(김갑수 분) 집안의 일을 도맡아 하는 인물. 김 원장에게 늘 쿠션으로 얻어맞으면서도 전 주인인 윤 회장이 망한 이유가 김 원장 때문이라고 믿고 복수를 꿈꾼다. 그가 복수를 위해 막장극 ‘욕망의 불똥’을 교과서 삼아 공부한다는 설정도 재미있다. 같은 채널의 주말극 제목이 ‘욕망의 불꽃’이다.

“김 원장 집에 사는 옥엽(조권)과는 라면 한 젓가락, 로션 하나 가지고 악착같이 싸우는 치사한 어른이죠. 자신의 적인 미선(박미선)과는 드라마를 같이 보며 수다를 떨어요. 그런 허술한 모습에 인간미가 있죠. 동시에 김 원장이 쿠션만 집어 들어도 움찔하는 약한 모습에서는 비애가 느껴져요.”

그는 “주변에 김 집사처럼 드라마에 빠져 사는 중년 남자가 꽤 있다”며 “직장에서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 돌아와도 낙은 없고, 드라마 보면서 위안을 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드라마에 중독된 김 집사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남자가 많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누군가의 충복이거나 훌륭한 스승, 혹은 지독한 악역만 맡아 왔던 정호빈은 ‘찌질이’ 김 집사 연기를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저에게는 김 집사 역할이 전환점이에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코미디 연기를 하고 있고,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역할이니까요. 요즘 정말 즐겁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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